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2009년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항공기(US 에어웨이즈 1549편)가 이륙 직후 고도가 충분히 상승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떼와 충돌(버드스트라이크)하게 되고, 양쪽 엔진을 모두 잃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추락위기 직전 설리 기장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다시 활주로로 돌아갈 것인가?, 허드슨 강에 수상착륙할 것인가? 주어진 시간은 208초 입니다.
많은 사고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초기에 작은 실패들을 감지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상황을 인식합니다. 그리고 사건이 터지면 상투적인 방식으로 대응하죠. 전문가를 존중하기보다 권력자를 추종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고신뢰조직(HRO, High Reliability Organization)’ 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고 중 하나인 스리마일섬 원전사고를 조사하면서 찰스 페로 교수가 최초로 제시한 개념인데 (이 개념은 현재 항공관제시스템, 항공모함, 철도, 원자력발전소, 병원응급실, 소방서, 비행기운항, 사고조사팀 같은 조직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칼 와익 교수가 <신뢰받는 조직의 안전경영>에서 이를 더욱 발전시켜서 HRO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작은 실패들을 추적하라’ 약한 신호들을 적극적으로 찾으라는 의미입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매뉴얼로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작은 실수들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학습의 기회로 삼는 문화가 장려됩니다.
2) ‘단순화를 거부하라‘ 다양한 해석과 관점을 갖고 입체적으로 분석하라는 의미입니다. 복잡계에서는 복합적인 감지기가 필요합니다.
3) ‘운영 상황에 세심하게 신경 써라’ 일상적인 운영상황 속에서도 돌발사고를 잘 인식할 수 있게끔 조정장치, 대응 능력을 마련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야 실수들이 누적되기 전에 확산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4)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라’ 완벽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HRO는 실패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지하고 억제하고 회복하는 능력을 개발하고 기능을 다하도록 하는게 중요합니다.
5) ‘전문성을 존중하라’ 긴급하고 중대한 상황에서 권위와 위계에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취약성을 높입니다. 현장 전문성을 따르는 것이 위험을 관리하는데 더 유리합니다.
설리 기장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제목처럼 155명 전원이 생존합니다. 설리 기장은 활주로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위험하지만 허드슨강에 수상착륙은 선택합니다.(관제사는 활주로로 회항을 권유합니다.) 다행히 모두 생존했지만 그 선택이 승객들을 위험에 빠뜨린 것은 아닌지와 관련해서 청문회가 진행됩니다. 40년 무사고경력의 설리였지만 208초의 비행으로 평가받는 것이었죠. 설리의 책임을 따져보기 위해서 다양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이어집니다.
설리도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었는지 스스로 고뇌합니다. 다행히도 꼼꼼히 따져본 결과 설리의 선택은 최선이었음이 밝혀집니다. 메뉴얼체크를 위해 소요된 35초를 비롯해서 인적인 요소들을 고려해본 결과 활주로로 회항할 경우 활주로를 코앞에 두고 제방에 부딪히면서 간발의 차로 비상착륙에 실패한다는 결과가 도출됩니다. 공청회 휴식시간 설리는 부기장과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난 정말 자네가 자랑스러워.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었어. 그 위험한 순간에 말이야. 우리가 같이 해냈어 그것도 한 팀으로.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했거든 We did our job"
마지막에 청문회 대표가 '기장님이 없었다면 실패했을 것' 이라고 말하자, 설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영웅이 아니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저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였습니다. 승객들, 구조대원들, 관제탑, 보트선원들, 스쿠버경찰들 모두 같이 해냈습니다." 그곳엔 책임있는 리더십,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US 에어웨이즈 1549편 불시착 사고당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