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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Oct 13. 2023

회사가 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feat.테슬라)

1. 이제 테슬라의 성취는 말하지 않아도 이제 모두가 인정하게 되었는데요. 테슬라의 신입사원이 첫날 받는다고 알려진 4페이지의 직원용 핸드북(‘Anti-handbook Handbook’)의 내용을 통해서 테슬라의 일하는 방식과 전제에 대해서 탐구해보고 시사점을 나눠보겠습니다.



2. 이 핸드북은 2020년 미국의 경제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가 공개하면서 알려졌습니다. 핸드북의 제목은 ‘Anti-handbook Handbook’입니다. 직역하면 핸드북 아닌 핸드북이네요. 핸드북은 여러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테슬라의 일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신뢰, 의사소통, 직무, 목표와 피드백, 안전, 출근과 지각, 아플 때, 휴가, 무단결근, 겸직,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재미, 문제해결 같은 것들 입니다. 마치 엘론머스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핸드북을 같이 살펴볼까요?

3. (이토록 강력한 미션, 비전에 동의하고 공감한다면 우리의 동료가 되어라) 일론머스크는 강력한 미션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테슬라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 스페이스엑스는 '인류의 다행성 종족화', 뉴럴링크는 '인류의 진화'라는 미션을 제시하고 있죠. 핸드북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는 테슬라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다른 기술회사와는 다른 기술회사이고, 다른 자동차 회사와는 다른 자동차 회사입니다. 우리는 남들과 다르고 바로 그 점을 즐깁니다. 다르다는 것은 누구도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요.” 테슬라는 기업의 목적을 이윤극대화가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산업을 바꿔내고 세상을 바꿔내겠다는 강력한 임팩트를 창출하는 것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네요. Deloitte Insights 2020 글로벌 마케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목적 지향적인 기업은 혁신 수준이 30% 더 높다고 보고했습니다. 첫 줄부터 강력한 목적을 공유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4. (네거티브 접근을 지향한다.) 핸드북의 서문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책과 규칙으로 가득한 직원 핸드북을 기대했다면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당신이 어디까지 엉망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니까요. 바닥이 어디인지만 이야기해줄 뿐입니다. 그건 테슬라의 방식이 아닙니다.” 이 핸드북이 4페이지로 단촐한 이유입니다. 흔히 허용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그 이외의 것을 모두 금지하는 방식을 포지티브 규제라고 합니다. 반면에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것은 네거티브 규제라고 하죠. 쉽게 말해서 ‘이것 빼고 다 돼’입니다. 네거티브 규제를 ‘최소규제’ 또는 ‘열린규제’, 포지티브 규제를 ‘최대규제’ 또는 ‘막힌규제’라고 부르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네거티브 접근은 기본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을 최소화하고 자율에 맡기자는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포지티브 접근을 하게 되면 규정의 볼륨이 계속에서 커지게 되고 메시지는 약해질 테니까요. 우리가 구성원에게 ‘자율’이라는 행동양식을 기대한다면 우리의 규정이나 규칙이 어떤 방식으로 기술되어 있는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구성원을 지식노동자로 대하라) ‘신뢰’라는 키워드의 주제를 보면 이런 내용도 눈에 띕니다. "우리는 팀원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부여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할 것(will do the right thing)을 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경영해나갑니다. 진실은 물론 일부 사람들이 이 신뢰를 저버리고 책임을 다하지 않았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실망시킨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우리의 원칙을 바꾸진 않을 것입니다. 그냥 우리는 그 사람을 놓아줄 것입니다.” ‘구성원을 어른으로 대하라’고 말하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가 떠오르는 문장입니다. 제가 특히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 모든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경영한다는 내용인데요. 여기서 정해진 일을 잘 하는 것(do the thing right)이 아니라 문제해결(do the right thing)을 언급한 부분은 피터드러커가 말한 지식노동자의 컨셉과 맞닿아있어서 흥미롭습니다.


6. (필요하다면 일론머스크에게 메일을 보내도 좋다.) 핸드북 전반에 걸쳐서 테슬라는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을 강조합니다. “테슬라 직원이라면 누구와도 자유롭게 대화하고 이메일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것이 회사 전체에 기여하고 문제해결의 가장 빠른 방법이라면 말이죠. 당신은 조직장과 대화를 할 수도 있고, 차상위 조직장과 대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서 일론과도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데 있어서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의무라고 생각해주세요.”, “회사를 개선할 여지를 찾았다면 당신의 업무 영역이 아니더라도 말하세요. 제안하고 아이디어를 나누세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혼자 가지고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조직 내에서 혼자서만 일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일의 고객,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을 통해서 더 큰 성과를 창출하게 되겠죠. 누가 이해관계자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위계’에 구애받지 말고, ‘역할’에 따라 수평적으로 터놓고 소통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7. (기다리지 마라) 핸드북 곳곳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표현이 있습니다. ‘직무’에 대해서는 “조직장이 당신의 책임과 기대되는 것들에 대해 설명하겠지만 만약 당신이 생각하기에 불명확하다면 물어보아야 합니다.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핑계는 여기에서는 통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피드백’과 관련해서는 성과에 대한 일상적이고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데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조직장에게 피드백이나 의견을 듣고 싶다면 요청하면 됩니다. 회사가 주도하는 리뷰 프로세스나 조직장이 주도하는 대화를 기다리지 말고 당신이 높은 수준의 성과를 창출하는데 있어서 피드백이 필요하다면 기다리지 말고 요청하세요” 사실 우리는 모든 일을 체계화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정도의 불확실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능력, 근육을 키워가는 것이 모든 상황을 대비하는 것 보다 효과적입니다. 테슬라는 일하면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을 스스로 오너십을 갖고 행동하라고 권장합니다. 무행동(inaction)을 피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기본이 된다는 것이죠.


8. 오늘은 테슬라의 ‘Anti-handbook Handbook’의 일부 내용을 같이 살펴봤습니다. 길지 않으니 전문을 살펴보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테슬라가 지금과 같은 성취를 이룬 데에는 테슬라의 일하는 방식, 이 핸드북에서부터 출발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핸드북은 이런 내용으로 마무리 됩니다. “테슬라는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출근하기를 고대하는 그런 회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회사를 다니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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