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팀원들은 평균적으로 주당 최소 3회의 회의에 참석하고, 조직장급으로 올라갈수록 회의에 참석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회의들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한 연구에 의하면 42%의 경우 회의의 질이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몇 년 전 한 회의의 질을 측정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회의의 질을 측정했던 방법을 소개드릴까 합니다.
2.제가 측정하려고 했던 것은 ‘절차적 회의행동’(Procedural meeting behavior)입니다. 절차적 회의행동이란 회의를 진행할 때 협업과 의사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으로 회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바꿔서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라거나, 나왔던 의견을 요약하는 행동, 다른 사람이 말한 의견을 명확하게 바꿔주는 것, 시간을 확인하는 것 등 통상적으로 퍼실리테이터가 하는 행동의 대부분이 절차적 회의행동에 해당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회의 중 절차적 회의행동이 많을수록, 분산이 적을수록(골고루 그런 행동을 했을수록) 해당 팀의 성과창출 정도가 컸고 회의의 결과나 과정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합니다.
3.절차적 회의행동은 구체적으로 이런 것들입니다.
•목표지향(Goal orientation) : 좋아요, 그럼 주제로 돌아가서요
•분명히 하기(Clarifying) : 그 말씀은 본질적으로 OO이라는 거군요.
•절차제안(Procedural suggestion) : 우선 OO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절차에 대한 질문(Procedural question) : 다음은 무엇을 해볼까요? 말씀하신걸 한번 적어볼까요?
•우선순위(Prioritizing) : 지금 우리에게 OO가 가장 중요한 이슈 같네요.
•시간관리(Time management) : 이제 회의시간이 5분 남아서 결정을 해야겠네요.
•업무배분(Task distribution) : OO님이 이걸 화면에 띄워주시면 어떨까요?
•시각화(Visualizing) : (회의 아젠다를 화이트보드에 적는다.)
•요약하기(Summary) :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한건 OO이었네요.
4.다시 첫 번째 장면으로 돌아가서 제가 회의의 질을 측정했던 그 회의는 어땠을까요? 모두 356회의 발언이 있었고 그중에서 절차적 회의행동은 총 71회가 있었습니다. 다만 그 행동 중 73%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습니다. 바로 진행자였죠. 발언의 분포도 고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를 제외한 절반의 인원이 전체 발언의 80%를 차지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20%밖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죠. 오히려 쉬는 시간을 활용해서 진행자에게 회의절차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모습들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5.이 상황을 넘어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진행자가 회의 때 정보를 전달하고, 일방적인 지시나 점검, 교통정리를 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참여자가 골고루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공유하게끔 촉진하는 것이 더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회의 결과에 대해 참여자들의 책임감이 높아지게 됩니다.
6.흔히 이런 경우, 많은 진행자들이 라운드로빈(Round-Robin : 순서대로 돌아가며 의견을 말하기) 전략을 택합니다. 라운드로빈은 참여자가 동등한 기회를 갖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속될 경우 참여자가 회의참여를 수동적으로 인식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7.이럴 때 진행자는 회의의 목적이나 도출해야 하는 결과를 다시 상기시키거나, 두 명씩 이야기 한 후 다시 의견을 청취하는 방법(small group jump start), 그 상황에 대해 집단적인 상황인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발언(예 : “회의를 시작한지 1분이 지났는데 아무도 말씀이 없으시네요”)를 해나가면서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합니다.
8.회의는 일상입니다. 회의라는 구체적인 장면 속에 우리 회사의 일하는 방식, ‘목적과 자율에 의한 관리’와 같은 성과관리시스템의 운영원리가 모두 내포되어 있죠. 어찌보면 회의의 장면이 바뀌는 것은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게 되었을 때 나타날 마지막 결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 회의는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죠. 우리가 지식노동자처럼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면 가장 구체적인 모습 중 하나인 회의에 대해서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