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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Nov 13. 2023

OKR에는 전략이 없다.

경영계획이 ‘목표’가 아닌, ‘전략’ 중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


1. (OKR의 시작, OKR이전에 MBO가 있었다.) 알려진 것처럼 OKR은 1987년에서 1998년까지 인텔의 CEO였던 앤디 그로브(Andrew S. Grove)의 iMBO에서 출발합니다. 앤디 그로브는 1995년 그의 저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에서 좋은 관리자가 되려면 ‘레버리지’가 높은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 도구 중 하나로 피터드러커의 MBO(Management by objectives and self control)를 재해석한 iMBO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성공적인 MBO시스템을 운영하려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피드백을 빈번하게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1) 어디로 가길 원하는가?(이에 대한 답이 objectives), 2) 거기에 도달했다는 것을 무엇으로부터 알 수 있는가?(이에 대한 답이 Key Results) iMBO는 이후 인텔 출신의 벤처 투자자인 존 도어(John doerr)가 여러 스타트업에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이라는 이름으로 전수하면서 확산됩니다.


2. (MBO는 '목표관리'가 아니라 '목적과 자율에 의한 경영'이다.) 몇 해 전부터 OKR이 조명되면서 MBO와 OKR을 자주 비교하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비교입니다. MBO는 순차적 세분화를 통한 추적관리 시스템으로 하향식 접근이 강하고, OKR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통합과 정렬을 이루는 상향식 접근이 강조된다는 것입니다. 피터드러커의 생각은 다를 것 같습니다. 1954년 MBO를 처음 소개한 <경영의 실제>에서 피터드러커는 “Objective(목적)에 의한 관리의 효익은 ‘명령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domination)를 ‘자율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self-control)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 준데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여담으로 ‘경영의 실제’는 Objective라는 개념을 경영서에 처음 사용한 책이기도 합니다.) 피터드러커는 누구보다 경영에 있어서 자기통제를 강조했지만, 현실에서 MBO를 평가도구로 인식하면서 피터드러커가 강조한 원칙과 사상은 안타깝게도 쉽게 왜곡되었습니다. MBO의 진실은 경영툴이라기 보다는 피터드러커의 철학을 나타낸 것이었습니다.


3. (OKR 4년의 경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피터드러커가 강조했던 ‘목적과 자율에 의한 경영’의 가치들은 시간이 흘러 점선으로 이어져 OKR이라는 이름의 경영툴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4년여 전부터 OKR이 한국 조직에 소개되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젠 한국의 조직들에 적용된 OKR에 대해서 어느 정도 평가가 가능한 시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OKR의 긍정적인 측면은 1)하향식 추적관리로 구성원들이 업무주도성을 갖기 어려운 한국의 많은 조직들의 경영체질에 의문을 제기한 점. 2)계획을 평가의 기준으로 보지 않음으로써 계획을 기민하게(agile) 수정보완 하면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끔 유도한 점. 3)조직장의 역할을 감독과 지시가 아니라 CFR과 같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통합과 정렬’에 있음을 강조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과를 어떻게 바라볼지, 성과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과평가 결과를 어떻게 하부 인사시스템과 연계해야 하는지 등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분명 OKR이 갖고 있는 이러한 가치들은 현실에서 순기능이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물론 이런 긍정적인 측면도 ‘목적과 자율에 의한 관리’가 잘 작동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역할조직’(role driven organization)처럼 직무담당자 한명 한명이 실행의 주체이면서 의사결정의 주체이자,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의사결정 체계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OKR은 지시와 감독을 더욱 촘촘하게 하는 마이크로매니징(Micromanaging) 툴로만 기능하는 역효과를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4. (OKR 비판, OKR에는 전략이 없다.) OKR에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저는 OKR이 성과관리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놓쳐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략의 명확성, 성과의 명확성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OKR이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KR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집중’과 ‘도전’이라는 가치,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의 세부계획 수립을 강조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좋은 전략이 나타날 확률은 아쉽게도 희박해보입니다. 문제에 대한 진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OKR에서 Objective는 추상적인 미사여구에 가깝고, Key results는 희망사항들을 나열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는 마치 마이클포터 교수가 "전략이란 무엇인가 (What is strategy?)"에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고 나아가서 리처드 루멜트는 “전략의 적은 전략이다(Good Strategy Bad Strategy)”에서 좋은 전략의 구조로 문제에 대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 냉철한 ‘진단’과 그에 따른 정확한 ‘추진방침’, 구체적이고 ‘일관된 행동’을 강조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OKR은 구성원들이 ‘왜’ 그것에 기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을 충분히 설명해내지 못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OKR은 개인 레벨에서도 문제해결의 대안으로서의 ‘성과’를 명확하게 하는데 있어서도 실패하고 있습니다.


5.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을 높이려면 목표중심에서 전략중심으로 전환해야) 대안은 지금부터 충분한 회고와 내외부 환경분석(현황과 전망)그리고 이를 통한 과제를 정의해내는 것입니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방침이 곧 ‘전략’입니다. 전략의 해상도는 더 높아져야 합니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일수록 대응력을 높이려면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목표중심이라는 프레임에서 전략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4년 우리 조직이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전략은 무엇인가요? 정수기 앞에서 뜬금없지만 동료에게 한번 물어볼까요? 전략의 맥락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까요? 2024년은 목표보다 문제정의, 전략실행을 통한 학습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6. (당연하게도 OKR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하나의 경영도구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OKR로 꽤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소개되고 있기도 하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대표적으로 KPI(핵심성과지표)같은 도구도 OKR과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KPI는 ‘대시보드’기능으로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구성원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전략의 실행에 구성원들이 잘 기여하고 있는지, 성과창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도구임에도 여전히 평가도구로 인식되면서 OKR에 의해 대체되어야 하는 무엇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오히려 OKR과 비교할 수 있는 범위나 차원 바깥에 있음에도 말이죠. 어렵지만 더 중요한 것들은 따로 있습니다. 현실에서 성과관리가 잘 작동하려면 직무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의사결정 체계, 상시 360도 피드백, 일의 고객 중심의 R&R설정, 솔루션 개념의 성과에 초점을 맞춘 성과평가와 역량개발과 같은 각각의 성과관리 도구들의 운영원리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조직장의 리더십을 확보해가는 것입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이 복잡하고도 중요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쉽게 간다면 중간에 답을 찾는다 해도 멀리가지 못하겠지만, 좋은 질문을 계속 해나간다면 답을 쉽게 얻지 못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이미 꽤 멀리 가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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