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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 yoon May 17. 2020

사장의 태도에 관하여

식당을 경영하는 모든 리더들에게

" 혹시 술병이 새는 건 아니죠? "

(소주 5병째 주문을 하시길래, 참이슬 한 병을 건네드리며~)

취기 오른 손님은 껄껄 웃으시면서 내일은 못 온다 하신다


이제는 손님에게 이런 농도 건넬 줄 아는 연륜이 녹아나지만, 그러니까 22년 전 처음 식당의 세계에 입문했을 때 홍당무가 된 낯빛에 목구멍으로 "어서 오세요~"도 겨우 내뱉었던 23살의 어린 내가 있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일이 내 평생의 업이 되어 지금도 이 세계에서 숨을 쉬고 있다니, 운명이란 이런 것인가? 아님 고집스럽게 한 길만 파고드는 무서운 성격인 것인가?


한식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20년 근무하다가, 독립해서 창업을 하고,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한 지 3년째, 그동안 무수히 많은 경영주를 만났고, 이들을 통해 나름대로 사장이 가져야 할 태도에 관하여 깊은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다


식당은 개인의 역량보다는 팀으로 움직이는 경기이기에 무엇보다 리더(경영주)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리더는 성공적인(수익이 나는 식당) 경기를 이끌기 위해서 우수한 인재 영입부터 훈련, 전략, 팀워크를 책임져야 한다. 필연적으로 리더의 역량에 따라 이기고 지는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경기에 뛰어드는 무모한 리더들을 참 많이도 마주했다.


자, 그럼 사장이 가져야 할 태도에 관하여 정리해

볼까?


1. 인사

 생각보다 요즘 인사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이 없다. 상대를 바라보면서, 아이컨택(눈을 마주치면서)을 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말을 건네는, 지극히 너무나 당연한 원칙을 잊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현실이다. 식당이라는 게 환대 사업이고 늘 고객을 상대해야 하며, 그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가 인사를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식당의 최고 경영자인 리더가 인사를 제대로 할 줄 모른다. 식당을 방문했을 때,

청소를 하고 있거나,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식사 중이거나 할 때가 있다. 힐끔 쳐다보면서 고객만 까닥하고 계속하던 일을 하는 리더를 마주할 때면 이 식당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얼마 전 알게 된 동네의 치킨집과 스몰비어 두 곳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이 있다. 일 마치고 간단히 맥주 한잔 하기 위해 들른 스몰비어 가게에 들어섰을 때 아르바이트생 혼자 있었다.

"어~사장님 안 계시나 봐요?" 아르바이트생에게 사장님을 못 뵈어 아쉬운 마음에 말을 건넸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아르바이트생이 사이다를 주면서 "사장님께서 CCTV를 보고 서비스로 드리라고 했어요~"

그런다. 늘 기분 좋은 인사로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사장님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정말 이런 분은 영입하고 싶은 리더라는 마음을 품었다


비단,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만이 인사를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인사 하나 잘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현실이다.


2. 겸손

자신을 낮추고 항상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겸손하지 못한 사람은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직원들과의 소통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나를 대신해서 필드에서 뛰는 직원들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마음을 다해 일 할 직원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 감사와 칭찬의 말을 먼저 하는 것, 부탁과 양해의 표현을 분명히 하는 것 등이 겸손의 시작이다. 이것들을 못 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상대를 존중하기 위해 얼마나 거창한 순간을 기다리려 하는가. 별것 아닌 것 같은 작은 행동과 표현에서 존중과 겸손은 실천된다. 그저 자신을 낮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마음으로 존중하고 그것을 성숙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 겸손이다. "인생은 되돌려 줄 때 완성된다"라고 말하던 전설적인 골퍼 게리 플레이어(Gary Player)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 한다'

- 이종선의 '따뜻한 카리스마' 중-


3. 자기 관리

식당 경영은 단거리 경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과 같은 경기이다. 따라서 장거리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페이스 조절이고, 평상시 철저하게 몸과 마음을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지치고 끝까지 경기를 완주하지 못하는 세계가 바로 이 세계이다.


식당의 오너는 최고경영자이다. 자신의 행동과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누군가가 쉽게 조언을 하지는 않는다.

온전히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세계에 갇혀 지내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소통해야만 한다.

특히, 자신의 일에 신념이 없는 리더는 사소한 일에도 감정 기복이 심하고, 주변의 환경 요소에 쉽게 마음이 동하여 그릇된 판단을 하기도 한다.


자신만의 원칙과 분명한 기준을 잣 대삼아 일관된 행동을 해내기 위해서는 건강한 정신과 신체가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과 체력관리는 훌륭한 버팀목이 된다.


간혹, 흐트러진 복장과 규칙적이지 않은 일상을 보내는 리더들을 보면 과연 왜 이 업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런 리더들은 그 어떤 세계에 소속된다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늘 닮고 싶은, 롤모델 리더가 있다. 그분은 항상 새벽 5시에 기상을 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신다. 아침 운동과 명상의 시간도 빠지지 않는 하루의 일정이다. 틈틈이 독서와 성공한 리더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경험치를 확대하기도 한다. 고집스러울 만큼의 확고한 철학은 앞으로 자신의 일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고 지켜낼지 늘 기대가 되는 리더의 모습이다.


4. 솔선수범

얼마 전 만난 한 리더의 경우 직원 관리로 힘들다는, 그래서 식당을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나 또한 처음 식당을 창업하고 제일 부침이 심했던 부분이기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직장인 포맷으로 20년 굳어진 몸을 유연하게 풀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매일 아침 8시에 집을 나서 장을  보고, 매장에 도착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를 하고, 밤 11시가 넘어야 집에 도착하는 일상을 매일매일 이어가면서, 새삼 직장 다닐 때 참 포시럽게 살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움직인 만큼 성과로 돌아오고, 결과로 나타나는 상황이 모든 고단함을 견디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처음 사장이 되어 나보다 나이가 한 참이나 많은 분들을 채용하고, 교육하고, 원활하게 매장이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정말이지 뭐가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정말 힘들었다. 시간과 품을 들여 얻은 결론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장이라고 뒷짐 지고 카운터 돈통만 지키고 있지 않았다. 직원들보다 더 움직이고, 더 힘차게 인사했다

일할 때 핸드폰은 가방에 넣어둔다. 자연스럽게 직원들에게 일할 때 핸드폰 보는 거 자제해 주세요~말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더라


지시보다는 내가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했더니, 자연스럽게 뜻하는 대로 직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장을 방문하여 직원들 교육시키던 업무를 하던 시절 참 많이도 들었던 말, ' 우리 사장님부터 교육 좀 시켜 주세요~'


모범이 되고, 직원들이 닮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사장의 태도가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 식당의 세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사장의 태도가 치트키임을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번 아웃되는 순간이 수도 없이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잘 돌보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그래야 롱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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