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운동의 공통점

by 하늘진주

요즘 빠져 있는 두 활동, 글쓰기와 운동을 생각하다 ‘픽’하고 웃었다. 전혀 닮은 점이 없을 것 같은 이 활동들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해서다. 어제 땀을 뻘뻘 흘리며 필라테스를 하다가도 이 공통점들이 자꾸만 생각났다. 어쩌면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 엉뚱한 생각들을 한번 풀어 보려고 한다.


모두 공감할지 모르지만, 글쓰기와 운동을 시작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칭찬이다. 나 역시도 몇 년째 아이들의 논술을 봐주지만, 처음 논술을 시작하는 친구들에게는 절대로 매서운 첨삭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글을 단 몇 줄만 쓰더라도,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잉잉’ 거려도 무조건 “잘한다”, “잘할 수 있다”라며 어르고 달랜다. 내가 필라테스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들은 말도 바로 이 칭찬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어설프고, 이상하고, 도무지 선생님의 지시를 전혀 못 따라 하는 어리바리한 자세인데도, 필라테스 선생님은 항상 “잘하고 있어요.”, “훌륭해요”라는 칭찬 샤워를 무지하게 해 주었다. 내가 중간중간 거울로 엉성한 자세와 어설프게 튀어나온 똥배를 확인 못 했으면 ‘음, 난 필라테스 천재’인가 봐 ‘라고 자만심에 빠질 뻔했다.


그렇게 며칠을, 몇 개월을 보내고 나면, 이 두 분야에서도 역시 다른 부가적인 활동들이 요구되기 시작한다. 시험 때마다 ’족집게 강사‘를 찾고, ’족보‘를 구하는 이유는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이다. 신속하고 바로 결과물이 나오는 활동을 선호하는 것은 비단 성질 급한 나만의 본성만이 아닐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시간을 쪼개어 글쓰기 강좌를 듣고, 운동을 끊는 이유는 효율적인 결과물을 빨리 얻고 싶어서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글쓰기도, 운동도 그 시간에만 하는 활동으로는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가 없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글과 책을 읽어야 하고, 운동으로 원하는 몸매를 가지려면 식이요법과 집안에서의 꾸준한 운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시기부터 믿었던 선생님들의 배신(?)이 시작된다.


선생님, 분명히, 제가 잘한다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잘하지, 하지만 이 책들을 더 읽으면, 글을 더 많이 쓰면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훌륭하죠. 하지만 단백질을 좀 더 챙겨 먹고, 야식을 줄이고 스트레칭을 좀 더 하면 좋아질 거예요.”


아뿔싸, 역시 사람들의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건데. 또 까먹고 있었다.


선생님들의 조언에 따라 책도 읽고, 단백질을 챙겨 먹다 보니 어느덧 몇 년째 글쓰기와 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이 험난한 글쓰기의 고통과 운동의 고난에서 벗어나 저 아래에 있는 편안한 평지로 하산을 해도 괜찮을까? 물론 아니다. 이제부터는 진정한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선생님들은 이미 글쓰기와 운동의 진득진득한 엑기스들은 모두 전수했다. 지금부터는 하루라도 꾸준히 글을 쓰지 않으면, 성실하게 운동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고통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투자했던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지금까지 쌓아왔던 경험들이 아까워서라도 멈추지 못한다. 이 단계를 넘어서야지만 진정한 글쓰기 고수, 운동 고수가 된다. 하지만 난 몇 년째 ‘매일 리셋하는 인간’, ‘다시 시작하는 인간’이 된 기분이다. 글쓰기도, 운동도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어쩌면 글쓰기 창작 강좌에서, 운동 강좌에서 잠정적인 큰 손은 내가 아닐까 싶다. 그냥 포기하면 좋으련만 그것도 힘들다. 아, 내가 이렇게 미련 덩어리 사람이었던가. 여기저기 발 담가 둔 탓에 해야 하는 숙제들은 너무 많지만 내 안의 허기는 잘 채워지지 않는다. 할 수 없지. 그냥 이렇게 푸념하고 글 쓰고, 스스로 욕하며 사는 수밖에. 어쩌면 ‘초보자’ 시절의 칭찬이 듣고 싶어 자꾸만 강좌를 듣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들도 칭찬을 아주 많이 해 주면 좋겠다. 칭찬은 고래뿐만 아니라 나도 많이 춤추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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