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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Mar 18. 2022

아이들과 함께 내 안의 긍정의 꽃 피우기

 가끔 내 생각이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 올바른 예측인지, 아니면 스스로 부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버린 거짓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고 미래도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눈앞에 나온 조그만 결과물만을 가지고 여러 가지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떠올리고 있다. 하지만 물론 그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적은 거의 없다. 좋아하는 만화의 한 대사,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라는 말처럼 사람의 인생은 알 수가 없어서 더 신비롭다.


 얼마 전, 둘째가 중학교 가채점 용지를 들고 왔다. 사실 둘째가 가채점 용지를 내밀기 몇 시간 전부터 이미 주변 엄마들의 여러 통의 전화를 받은 상태였다. 중학교에서 공부를 꽤 잘했고 좋은 고등학교를 진학했던 큰 애 덕분에 주변에서 나는 나름 ‘정보통’으로 통해 고등학교 입시 때면 많은 전화를 받곤 했다. 하지만 자식 일이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공부 욕심이 많고 성실한 큰 애에 비해, 둘째는 주변 친구들을 너무 사랑하고 호기심이 많아 주말이면 엉덩이를 들썩이며 집에 잘 붙어 있지 않았다. 그런 녀석이 중학교 2학년 내신 성적을 잘 챙겼으리 만무하다. 둘째의 첫 중학교 점수를 받아본 날, ‘아, 이런 점수가 존재할 수 있구나’라며 내심 충격을 받았다. 그런 나의 비통한 심정에 비해 둘째는 너무 담담했고 해맑았다. 그 녀석은 형처럼 하고 싶은 욕심은 많지만 잘 못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잘 찍어서 성적이 잘 나온 친구의 사례를 연신 얘기하며 엄청 부러워했다.


 그런 녀석을 보면서 형과 같은 좋은 고등학교를 보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조금씩 둘째에게 적응하던 중이었다. 바로 어제, 둘째 친구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어릴 때부터 딸 하나라 야무지게 모든 교육에 신경 쓰는 엄마였다. 작년 중학교 2학년 내신이 잘 나와서 다른 지역의 유명한 고등학교 입시정보를 알고 싶어 전화를 한 거였다. 사실 나도 입시 전문가가 아니라 내가 아는 경험에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그런 허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는 이런저런 고민들은 계속 늘어놓았다. ‘좋은 고등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잘 경쟁할 수 있을지’, ‘공부 욕심은 정말 많아 스스로 공부 계획을 잘 세우는 데 그래도 걱정이 많다’는 등의 고민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는 통화를 하고 나니 슬며시 허무함이 밀려왔다. 둘째 녀석의 요란한 성적들을 생각하니 또다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예전에 큰 애에 관해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던 말들이 다른 엄마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진 않았을지 반성이 되었다. 그 엄마가 했던 말들, ‘자기 주도가 잘되고’, ‘공부 욕심이 많고’,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말, 다 예전에 내가 큰 애 친구 엄마들에게 했던 말들이었다. 그때 웃으면서 잘 받아줬던 친구들을 생각하니 참 고맙다. 정말 내 친구들은 ‘보살’이었구나.


 생각해 보면, 사람의 인생은 잘 모르는 것이다. 사람마다 성공의 기준은 너무도 주관적이라 지금 보이는 결과만으로 ‘그 사람이 성공했네, 실패했네’라고 평가하기는 너무 어렵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지금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좋은 대학을 못 고, 좋은 직업을 못 가질 거라는 불안 심리에 휩싸여 있다. 나 역시도 이제 겨우 둘째의 중2 성적 결과표를 보고 둘째에 대한 온갖 걱정 시나리오를 써댔던 것은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꼭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해도 사람마다 자기 밥그릇 정도는 타고 나는 듯하다. 그것을 어떻게 채우느냐는 부모의 몫이 아닌 본인의 몫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은 바라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꽃들은 매일매일 다양하게 피고 진다. 어떨 때는 벚꽃들이 화려하게 피어올랐다가 어떨 때는 이름 모를 꽃들이 조금씩 꽃봉오리를 펼치고 있다. 그런 꽃들을 보면서 이 꽃은 색이 예뻐서 더 좋고, 저 꽃은 향이 좋아서 더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별히 선호하는 꽃이 없는 나는 모든 꽃들의 생명이 아름답고 싱그럽다. 사람들의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사람마다 자기가 원하는 성공이 다르고 행복함의 기준이 다르다. 행복하기 위해 자기가 원하는 목표가 있으면 열심히 노력하면 되고, 없으면 또 열심히 찾으면 된다.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항상 남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사람마다 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흥미 있는 것이 다른데 어떻게 한 가지 기준만으로 그 사람의 인생을 모두 판단할 수 있을까? 그저 지금 주어진 일, 지금 주어진 삶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부딪히고 때로는 실수를 했다가 그것을 메우려 전전긍긍하면서 그렇게 살면 된다.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된다면 더 열심히 하면 된다. 어차피 그 일이 좋아서, 그것을 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면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만으로도 충분할 테니 말이다. 부딪히고 노력하고 울었다가 다시 일어나고 그렇게 내 안의 긍정의 꽃들을 가득 심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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