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예의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잠들어야 갈 수 있는 한 마을에 있는 백화점에서 꿈을 파고 사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작가는 꿈 백화점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돋보이도록 여러 가지 재미있는 설정을 작품 속에 숨겨 두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 보시라)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설정은 무의식으로만 존재하는 꿈을 사고팔고, 그 대가를 꿈을 꾸고 난 사람들의 감정의 딱 절반을 요금으로 낸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의 감정들은 여러 가지 색으로 표현되어 유리병에 담겨 보관된다. 그 감정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달러구트 꿈 백화점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게 된다. 주인공 페니가 설렘 한 병을 은행에서 도둑맞는 장면은 이 소설의 주요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6월의 첫날 아침이다. 어제까지의 내 기분은 5월 첫날부터 이어진 묵은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답답했고, 복잡했다. 이렇게 달력의 숫자가 바뀌고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니 또 새로움 감정이 밀려온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첫날 아침, 6월은 어떤 일들과 감정들이 내 삶을 꾸며갈지 기대된다. 지금 느껴지는 가장 큰 감정은 설렘이다. 앞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작가는 설렘이라는 감정을 분홍색의 예쁜 감정으로 표현했다. 지금 느껴지는 내 감정의 색깔은 분홍색의 달콤한 감정보다는 연두색의 싱그러운 감정이다. 뭐 지금 이 나이에 분홍색의 달콤한 감정을 느꼈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지만, 현재 느껴지는 감정은 시작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약간 초록빛이 감도는 연두색이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기에,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하얀 백지의 하루, 6월 첫날, 멋지게 잘 꾸려 가고 싶다.
예전에는 이런 상상을 종종 했었다. 지우고 싶은 내 과거의 행동들을 모두 리셋(reset)을 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현재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모두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멋진 삶이 벌어질까? 실제로 많은 작가와 영화감독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한 탓인지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꾸리는 주인공을 담은 책들과 영화들이 간간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곤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멋진 삶의 전제 조건은 과거의 일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과거의 이벤트들이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가지고 간 지식과 정보들은 모두 휴짓조각이다. 그다음부터는 과거의 다른 사람들처럼 오로지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삶을 개척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6월 한 달, 솔직히 어떤 일들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의 일들은 몇몇 경우를 빼고 거의 내 선택과 판단으로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힘들다고 빼먹은 수업, 피곤하다고 일부러 무시한 운동 일정, 글 쓸 기분이 아니라고 다른 일만 했던 나날들…. 그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왜 안 될까?’라고 의구심을 가지기 전에, ‘이제 이만하면 됐다’라고 포기하기 전에 한 번쯤은 시도하고 노력했어야 했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야금야금 빼먹은 게으름의 조각들이 항상 마지막에는 커다란 산이 되어 나를 압박했고 짓눌렀다. 이제 이번 6월 한 달만큼은 그런 내 모습과는 이별하고 싶다.
‘쉽게 포기하지 않기, 꾸준히 노력하기,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기’ 이 3가지 다짐으로 6월을 준비한다. 어쩌면 6월의 마지막 날도, 다른 달의 마지막과 비슷한 감정으로 한 달을 마무리할지 모르지만, 이번 6월, 새로운 설렘의 한 병으로 꾹꾹 채워서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