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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Jul 13. 2022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매일 의도적으로 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글을 쓰지 않는 날은 답답하고 기분이 침울해진다. 바로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지방 일정이라 바삐 챙겨서 나가다 보니 당연히 글을 쓸 시간을 확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같이 내려간 선생님들과 멋진 점심을 잘 챙겨 먹고 워크숍도 잘 끝냈건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자꾸만 공허했다. 다른 선생님들은 아침에 기분이 너무 저조했는데 학생들과 말하고 나니 에너지가 솟는다며 신이 났지만, 난 반대로 기분이 자꾸 가라앉기만 했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이런 생각을 전하니,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는 것 아니냐’며 걱정스레 말했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지만, 신기하게도 모든 만남이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긴 시간 동안 사람들과 좁은 공간을 함께 나누다 보면 여러 가지 다른 사람들의 삶이 의도치 않게 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단순한 수다, 즐거운 대화들로 포장된 시간이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그들의 삶과 현재들이 숨어 있다. 지금 가진 고민들, 아이들에 대한 걱정들, 가족들과의 껄끄러움 등등….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동동 뜬 채 허공에 머물다 사라진다.


 솔직히 어떤 문제로 내 마음이 복잡한지 잘 모르겠다. 마음이 복잡하고 공허했던 것은 비단 어제 글을 안 썼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 일이 내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적성에 맞춰 모든 일을 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상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매끼를 걱정해야 하고, 휴지통에 휴지가 차면 휴지통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삶이 유지된다.


 세상에 존재했던 수많은 문학의 거장들이 반복적인 현실의 일과 글쓰기를 동시에 붙들고 갔던 이유는 바로 나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창조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삶이 필요하고, 현재의 삶을 견디기 위해서는 상상의 세계가 필요하다. 나 또한 그렇다. 아직 글쓰기의 변두리에서 얼쩡거리는 글쓰기 방랑인이지만, 매일 글을 쓰지 않고 책을 읽지 않으면 ‘나 자신이 누구인지’ 자꾸만 까먹게 된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 나를 찾기 위해서 계속 글을 쓴다.

 

 글을 쓰지 않는 나는, 책을 읽지 않는 나는 초라하고 작은 인간이다. 멋들어진 사람들의 거대한 벽들에서 꼼짝달싹 못 하는 거짓으로 포장된 삶이다. 이 글쓰기야말로 내가 찾은 유일한 숨구멍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가르치며 빼앗긴 에너지들을 한 자 한 자 조심스레 치는 컴퓨터의 타자 속에서 조금씩 채워놓는다.



안 써지건 써야 한다. 즐거우나 괴로우나 써야 한다. 꾸준히 쓰다 보면 괴로움이 즐거움으로 전환되고, 또 그 반대의 현상도 일어난다. 그리고 어느 문턱을 넘어서 흐름이 만들어지면 그 둘이 시너지를 일으킨다. 이때부터는 글을 쓰지 않는 게 쓰는 것보다 힘들어진다. 힘들여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접하는 온갖 것이 글쓰기로 연결된다. 본격적으로 흐름을 타면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오병곤 홍승완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백지 속에서 쓰다 보니 글쓰기가 나만의 힐링이 되었다. 가끔은 글을 쓰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괴롭고 힘들 때도 있지만, 글을 쓰면서 점점 나를 찾을 수 있다. 앞으로 계속 쓰고 살아가는 길, 글쓰기의 최고봉을 기록하는 날, 나는 완전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만의 고민 퍼즐을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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