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충전 30분 글쓰기> 2021년 11월 4일 06:42-07:12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거실의 컴퓨터 책상이다. 거실 창에 길게 늘여진 갈색 블라인드 사이는 여전히 깜깜하다.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서 좀 흐린 것을 보니 비가 오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정확히 10분 뒤엔 이 책상에서 물러나야 한다. 신랑의 재택근무를 위해서. 코로나 이전까지 거실은 우리 가족을 위한 식당이자 쉼터, 환담의 장소였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거실은 더는 우리 공간이 아니라 좀 더 바쁘고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새벽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글을 쓰다가도 재택근무를 하는 신랑을 위해, 온라인 수업을 듣는 큰 애를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만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 방 저 방 이동을 하더라도 글만 잘 써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집중력이 부족한 모양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조금 뒤 가족들이 잠을 깨고 일상이 시작되면 나의 글 쓰는 시간은 이제 끝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꿈꾸고 바라는 소망은 나만의 글 쓰는 공간을 갖는 것이었다. 그냥 책상 하나 들어가고 아무 방해를 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그런 공간. 그 이상은 바라 본 적이 없지만, 만약 나만의 서재가 생긴다면, 우선 책상은 따뜻한 흑갈색으로 도색된 마호가니 책상이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마호가니 책상이 어떤지는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책에서만 읽은 책상이지만 왠지 내 서재의 한구석을 차지하면 글이 절로 써질 것 같다. 여기 중요한 점은 책상 위는 책들을 여러 권 쌓아두어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고 넓어야 한다. 그리고 눈이 피로하지 않은 초콜릿 같은 갈색으로 온종일 책상에만 손을 대고 있어도 달콤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마호가니 책상에서 눈을 떼면 정면은 아니지만, 살짝 비껴간 위치에 큰 창문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늘거리는 하얀 레이스 커튼이 휘날리는 창문으로 초록빛 커다란 가문비나무가 손짓하고 그 너머로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이 보였으면 좋겠다. 혼자만의 글쓰기 싸움에서 고민할 때마다 나를 위로하고 더 풍부한 창작의 세계를 데려갔으면 좋겠다.
책상 한 켠에 혼자 글이 안 풀리거나 따뜻한 음료가 필요한 때 마실 수 있는 자그마한 커피 트레이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머리가 너무 아플 때는 달콤한 커피 믹스나 카페라테, 글이 잘 풀렸을 때는 그 기분을 자축할 수 있는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내 글쓰기 공간에는 항상 향긋한 커피 향이 가득해 서재에 들어올 때마다 글을 쓰고 싶은 기분이 절로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커피 향이 머금는 왼쪽으로는 커다란 책장이 있어서 내가 원하는 자료들, 책들이 가득 꽂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책들은 평소 내가 보고 싶은 책들일 수도 있고 혹은 내 친한 작가들, 혹은 내가 출판한 책들일 수도 있다. 가끔은 왜 이런 글을 썼을까 자책하고 반성하는 용도로일 수도 있지만, 힘들 때마다 책들의 수다로 행복한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서재가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