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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와의 논술 수업-'안녕, 우주'

by 하늘진주

매주 화요일 오후에 초5 인 조카와 논술 수업을 한다. 성실하고 똘똘한 녀석이라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 전 조카가 고른 책은 2018년 뉴베리 수상작 ' 안녕, 우주'였다. 뉴베리 책이야 예전 영어 공부할 때 곧잘 읽었던 책이라 좋아하는 편이지만 12살 아이가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잘 가늠이 안 왔다. 특히 이 책은 중학교에 올라가는 4 명이 뜻하지 않는 사건을 계기로 서로 연결되는 경험과 그 속에서 각자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그린 이야기이기에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조카가 직접 고른 책이니 열심히 논제를 뽑고 교재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확실히 조카가 이전에 열광했던 '고양이 섬'이나 '푸른 사자 와니니" 책 보다 덜 흥미로워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책의 지식을 묻거나 등장인물에 대해서 질문할 때는 곧잘 대답을 잘했지만 책 내면에 숨겨진 깊은 질문을 할 때는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아직 이 책이 조카에게 어려웠던 걸까?


아직 감히 엄마에게 화를 내거니 반항한 적이 없다는 조카에게 사춘기 소녀의 미묘한 감정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예민한 감정선을 설명할 때마다 조카는 눈을 말똥말똥 뜨며 소리 없이 말했다.

'사춘기가 뭐예요?'

진짜 복 받은 막냇동생! 매사에 뚱하고 게으른 사춘기 남자아이들만 가르치다가 천사 같은 조카를 만나니 가르칠 맛 난다.

얼마 전 치른 수능이 '불수능'인지, '물수능'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특히 국어 문제를 관해서는 당사자마다 입장이 갈리고 있다. 문제 출제자와 직접 접한 선생님들은 '무난한 난이도'라고 말했고, 실제로 풀어본 수험생들은 '무지 어려웠다'라고 자평했다. 이 모습들을 보고 전문가들은 '코로나 19'로 아이들의 학습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하기도 하고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의 영향으로 문해력이 약해졌다고 소리를 높였다. 확실히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예전보다는 어렵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을 싫어하는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제 서서히 나와 다른 세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예전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사람이 꼰대라고 부른다. 배우는 아아들이 다르면 가르치는 방식도 바뀌는 것이 맞다.


그래, 지우야.

아직 이런 미묘한 감정을 이해 못 한 들 어떠니. 나중에 조금씩 이해하면 되지. 어려워도 그냥 해 보는 네 태도가 더 중요한 거야. 그런 면에서 다시 뉴베리 책을 다음 수업 책으로 고르는 너의 도전 의식, 정말 칭찬하고 싶다.


다음 수업 책은 2021년 뉴베리 수상작,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다. 어떤 논제를 만들어 이야기해 볼까나. 조금은 난이도 조절하면서 수업 교재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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