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분 충전 글쓰기> 2021년 11월 9일 07:34-08:04
머리에서 생각한 것과 가슴에서 느끼는 것 차이,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 생각에서 감정까지.
2018년 뉴베리 수상작, 에린 엔트라다 켈리의 소설 <안녕, 우주>는 중학교에 올라가는 4명이 하루 동안 겪는 놀라운 경험을 기록한 소설이다. 소심한 버질, 신비로운 카오리, 청각장애인이지만 진중한 발렌시아, 그야말로 악동인 쳇, 서로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이 4명의 인물은 정말 뜻밖의 사건으로 같이 연결되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중 버질은 이 하루 동안 가장 긴 여행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생각에서 가슴까지.
버질은 쳇의 장난으로 곤경에 처였을 때, 할머니가 이야기로만 들려주던 두려움의 존재인 커다란 새 ‘파’를 본다. 사람들의 두려움을 야금야금 갉아먹고사는 무서운 새 ‘파’. 자신의 두려움으로 인해 버질은 매 순간 흔들린다. 사실 쳇이 괴롭히기 이전에도 버질은 충분히 괴롭고 힘든 소년이었다. 가족들은 그를 항상 싫은 별명으로 불렀고, 그가 좋아하는 소녀에게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일상에서 느끼던 머릿속의 소소한 두려움은 커지고 커져서 마침내 커다란 두려움의 새 ‘파’로 변신하여 등장한다. 두려움의 물결에 그대로 침몰하려던 버질을 구해 준 인물도 역시 또 다른 상상의 인물 ‘루비’였다. 루비는 겁먹을수록 ‘파’는 더 커지고 마음이 두려움을 만든다면 자신이 만든 두려움에서 벗어나라고 소리친다. “그게 무슨 소용이야”라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질문이라며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단순한 일상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성장하기 위해 낯선 길을 꿈꾸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려움의 새 ‘파’를 품고 산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 이미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반짝이는 재능을 가지는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은데 내가 그 길을 간다고 한들 성공할 수 있을까? 눈앞을 가로막는 수천수만 가지의 장애물들을 살펴보다 보면 절로 ‘이렇게 한들 무슨 소용이야’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결국 내 두려움의 새, ‘파’가 커지고 커져서 온몸을 휩싸는 듯하다. 눈앞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하다.
두려움의 새 ‘파’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그대로 현실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정말 사실인지 실제로 부딪쳐 보고, 넘어져 보고, 노력해 보고,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존재했던 ‘파’는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깨닫게 된다. 머리에서 생각한 막연한 두려움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체험해 보고 난 후, 가슴으로 느낀 감정으로 나는 비로소 성장하고 있음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릿속에서 ‘파’를 키운다. 난 정말 잘할 수 있을까? 난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매일 ‘파’와 함께 떠나는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 감정으로 ‘파’를 잠재울 때까지 내 여행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