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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by 하늘진주

<매일 30분 충전 글쓰기> 2021년 11월 3일 09:15-09:45

완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11월에 들어서면서 새벽에 짧은 시간이라도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오전 일찍 다른 일정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웬만하면 나에게 쉼을 주는 시간을 꼭 가지려고 노력한다. 30분 남짓이면 끝나는 아파트 뒤 작은 공원을 돌다 보면 늘 새로운 기분을 느낀다. 매일 아파트 공원을 오가는 사람들은 비슷한데 왜 느낌이 다른지는 알 수 없다. 정답게 산책하시는 노부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아주머니, 바삐 오가는 사람들. 가장 놀라운 변화는 10월에서 11월로 들어서는 사이 변해버린 나무들의 노을 진 옷매무새다.


자연처럼 완벽한 존재가 있을까? 봄이면 벚꽃의 분홍빛으로, 여름이면 푸르른 초록빛으로,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붉은빛으로, 겨울이면 건조한 하얀빛으로 온 세상을 물들인다. 누구 하나 계획 세운 것도 아닌데 자연은, 주변 환경은 저마다의 자신의 시계로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도 여러 명이 몰려 있으면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자연도 그렇다. 자연은 각각 자신에게 내재된 시간으로 움직이다 보니, 어떤 것은 더 화려하게 아름답고 또 어떤 것은 너무 소박해 초라해 보인다. 특히 초봄, 꽃 피는 계절이 그렇다.


올해 봄이었을까? 그날은 왜 그런지 꽃들이 조금씩 올라오는 공원을 한눈에 들어왔다. 어떤 꽃은 자신만만하게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는데 그 옆에 한 초라한 꽃이 아직 앙상한 이파리만 휘날린 채 빌빌 거리는 것이 보였다. 불쌍하다. 순간 측은함을 느꼈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로부터 며칠 뒤, 그 화려하게 아름다웠던 꽃은 이미 져 버리고 초라한 꽃이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운 모양을 보고 깜짝 놀랐더랬다. 나의 걱정, 측은함 따위는 ‘뻥’ 차 버리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기어이 피워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 앞에서 흔히 쓰이는 자신의 책상 앞에 붙이는 수식어이다. 가끔은 그 열매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성공의 의미, 완벽의 의미, 행복의 의미는 사람들마다 느끼는 기준이 다르기에 섣불리 말하기가 참 어렵다. 일찍 화려하게 아름다움을 빛내는 꽃은 자신의 기준에서 완벽하다. 늦게 자신만의 화려함을 뽐내는 꽃도 역시 완벽하다. ‘완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파고들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소용돌이친다. 완벽의 기준은 과연 뭘까? 욕심과 욕망은 출구가 없고, 완벽 역시 존재하기는 어렵다. 그저 완벽보다는 성장을 선택하고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바라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 완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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