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인들은 참 흥미로운 격언 두 개를 후손들에게 남겼다. 하나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요, 다른 하나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이 글귀 모두, 사람들이 살아갈 방향에 대해 서로 다른 어조로 조언하고 있다.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잊지 말라’ 말라는 뜻이다. 고대 로마 때,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돌아온 장군의 귓가에 노예가 함께 탑승해서 이 말을 끊임없이 속삭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승리의 기쁨으로 콧대가 하늘로 치솟아 있을 장군에게 ‘찬물’을 통째로 들이붓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겸손하고 겸손하라’라는 옛 로마인의 지혜가 담겨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말을 들으면 마음이 겸손해지는 동시에 두려움으로 머리가 쭈삣 서는 기분도 든다.
‘카르페 디엠’은 '현재를 잡아라(영어로는 Seize the day 또는 Pluck the day)'로 번역되는 말이다. 한때 대한민국의 수험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유행어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주 이 말을 외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지금은 작고하신 로빈 윌리엄스가 자유롭고 멋지게 키팅 선생 역을 소화했다. 그는 영화에서 나오는 다른 선생님들과 다르게 경쾌한 발걸음으로 교실에 들어와서는 특이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좋은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로 현재의 삶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하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속삭였다. “카르페디엠”, “지금 이 순간을 잡아”, “지금이 무엇보다 중요해”라며 말이다. 나 역시도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벌렁거리곤 했다.
한 격언은 사람의 들뜬 마음을 한없이 가라앉히는 말, 또 한 격언은 사람의 지친 마음을 한없이 고양시키는 말이다. 두 격언은 사람의 여린 마음을 아슬아슬하게 쥐었다 폈다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끝없이 되묻고 있다. 죽음을 기억하는 유한한 삶임을 기억하고 지내는 인생과 현재의 소소한 시간을 즐기고 느끼며 사는 삶, 이 격언은 묘하게 다르지만, 모두 똑같은 전제를 담고 있다. 인간은 무한하게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다른 지구상의 생명체와 비교해서도 겨우 100년 남짓밖에 살지 못하는 사람인데, 너무 걱정이 많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들은 자꾸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두고 불안해하고 기대대로 되지 않은 일을 오래도록 떨쳐버리지 못한다. ‘혹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지?’,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앞서 같은 경험을 지나온 인생의 선배들이 종종 건네는 조언이 있다. “지나고 나면 말이야. 아무것도 아니더라” 물론 그 상황을 힘겹게 견디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들이다. ‘그 당시에는 이 일들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참 신기하다. 나 역시도 살면서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너무 조바심을 내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는 듯싶다.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르며 불안해해도 일어날 일은 다 일어나기 마련이다. 작은 일 하나에 ‘일희일비’ 해도 세상의 모든 일은 걱정의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일은 닥쳐봐야 안다.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에 앞서 ‘걱정은 내 옷의 가장 멀리 있는 소매에 붙들어 매기’, 그것부터 실천해야겠다. 오늘부터도 걱정은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