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시작점부터 서른세 번 울려 퍼지는 그 종소리를 들으며, 우선 그해에 이루고 싶은 것들을 마음속으로 되뇐다. 대체로 나의 새해 소망은 ‘건강하게 해 주세요’ ‘운동을 꾸준히 하게 해 주세요’ ‘집 갖게 해 주세요’처럼 단순하고도 야망 찬 것이 대부분이라, 대체로 타종이 끝나기 전에 소망 리스트가 끝난다. 그러고 나면 그저 종소리를 생경하게 듣는 시간이 찾아온다. (중략)
나는 그 소리를 한 해라는 긴 시간을 구획하는 거대한 울림이자, 많은 이들의 소망과 염원을 모아주는 뜻깊은 소리로 받아들인다. (중략)
새해의 결심은 늘 작심삼일로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새해 첫날 단 몇 분 동안 되뇐 말들일 뿐이지만 어떤 소망은 지난 한 해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했고, 작심삼일이 몇 차례 반복되며 아주 희미한 습관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종소리에 관해 이야기하며 소리는 조금씩 사라져 갈지언정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던 강석희의 말처럼, 종소리를 들으며 품었던 소망도 서서히 흐려질 뿐,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예슬 음악평론가/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