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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May 09. 2023

체셔 고양이가 건네는 조언

부탁인데, 말 좀 해줄래요. 내가 어느 길로 가야 할까요?”

“그거야 네가 가고 싶은 곳에 달렸지.”

 고양이가 말했다.

난 어디든 상관없어요.......”

앨리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느 길로 가든 괜찮아.”

 고양이가 말했다.

 “어디든지 도착만 한다면요.......”

 앨리스가 설명하듯이 덧붙였다.

 “오, 그렇게 되고말고. 꾸준히 걷는다면 말이야.”

 고양이가 대꾸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p.108-109/루이스 캐럴 원작/북폴리오>


 가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열심히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가 헷갈릴 때가 있다. 처음에는 커다란 목표와 꿈을 가지고 열심히 달려가지만, 어느 순간 발견한다. 점점 초라해지는 내 모습이 말이다. 목표에 이르기에는 능력이 너무 부족해 보이고 열심히 노력해도 도저히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고민한다. 그럼에도 그냥 갈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도망갈 것인가? 심각한 고민 후, 이렇게 질문을 던질 것이다. “저는 어느 길로 가야 할까요?”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말이다.


 성인이 되고 나면 수많은 선택의 길 앞에 선다. 어린 시절에는 주변의 어른들이 정해주는 데로 그대로 따라가면 되지만, 어른이 되고 난 뒤의 모든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실패’도, ‘성공’도 말이다. 그래서 자꾸 ‘이 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가끔씩 자신이 만들어 놓은 ‘불신의 미로’ 속에서 헤매며 ‘남들의 평가’에 매달린다.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것 맞지?”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알 수 없다. 그저 사람들은 질문하는 사람이 밖으로 보여준 것들로만 판단할 뿐이다. 그가 어떤 고민을 했고, 무슨 노력을 했는지는 모두 배제한 채 말이다.


 그렇기에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체셔 고양이의 대답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그는 앨리스에게 ‘정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네가 가고 싶은 곳에 달렸지”, “어느 길로 가든 괜찮아”라고 의뭉스럽게 대답할 뿐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꾸준히 걷는 다면” 어떤 곳이든 도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고 싶은 길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꾸준히 해라”, 어쩌면 고리타분해서 텁텁한 회색 먼지향이 날지 모르는 이 대답이, 지금 이 순간 끊임없이 헤매는 나에겐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는 계속 가야 해. 결코 멈춰서는 안 돼.”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나도 몰라. 하지만 우리는 가야 해.”

                                  (출처:<길 위에서>(잭 케루악)


 정확한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끔은 이리저리 헤매는 것도 좋다. 간직했던 꿈들이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지금 ‘멈추지 말고’ 무작정 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일단’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지금 계속 가다 보면 어딘가에는 도착할 수 있겠지. 체셔 고양이의 조언을 따라서 일단은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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