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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Sep 18. 2023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일까?

‘금쪽이’는 사전적 의미로, 아주 귀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金쪽’ 같은 내 새끼, ‘천금(千金)’같은 내 자식, 하늘 아래,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둘도 없이 귀하고 좋은 말들은 모두 가져와 자식들을 꾸며준다. 오죽하면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유명 TV 프로그램이 있을까? 우연히 품속에서 태어나 귀한 인연이 되어 함께 행복을 만들어 가는 소중한 사람, 바로 자식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른 수식어를 붙일 경우도 있다. 바로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자아가 생기고, 고집이 생기기 시작할 때이다. 그런 아이들을 우리는 ‘미운 4살’, ‘고집불통 7살’, ‘남의 아들 11살’, ‘웬수같은 15살’이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라고 이런저런 상황이 바뀌어도 ‘자식들이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만은 한결같다.


 며칠 전 TV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가 나와 ‘부모의 양육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그녀는 부모교육으로 워낙 유명하신 분이다. 한창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을 때는 현장으로, 인터넷으로, 방송으로 이 분의 강의를 참 많이 들었다. 그러다 우리 아이들이 점점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좀 시들해 버렸지만 말이다.


 그녀가 말하는 강의의 요지는 ‘마음은 읽어주되, 행동은 통제하라’였다. 사실, 이 문장은 세계적인 심리학자 존 카트만의 말이기도 하다. 조선미 교수는 요즘 부모들이 다소 억압적이었던 과거의 부모들과 다르게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편이라고 했다. 그녀는 그들의 자식들이 워낙 집에서 사랑과 존중을 받다 보니 도리어 자기 조절력과 통제력이 약해졌다고 했다. ‘친구’처럼 친근하고 다정한 부모는 좋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기 통제권을 가지기 전에는 관계의 주도권은 부모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솔직히, 이번 아이 훈육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당연한 말이다. 그동안 생각했던 양육방침과 비슷한 탓인지 그 내용이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조금이라도 나와 맞먹으려는 낌새가 느껴지면, 항상 이렇게 선을 긋곤 했다. “엄마는 너희 친구가 아니다!”라고 말이다. 혹자는 이런 내 모습이 너무 ‘꼰대 마인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평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정의는 확고한 편이다. 우리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고 아끼지만,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식의 선은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조선미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에 콕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부모에 대한 정의이다. ‘좋은 부모는 어떤 부모인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세상의 모든 부모가 다 좋은 부모‘라고 대답한다. 교수는 “아이를 사랑하고 가급적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걱정해 주는 것이 부모 역할 전부”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 부모들이 ‘좋은 부모’가 되어 너무 ‘잘’ 키우려 노력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예전보다 더 불행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부모’에게는 ‘좋은 자식’이 되어야 한다는 연결고리가 성립된다. 하지만 이 말은 보통 아이들에게 너무도 무거운 짐이다.


 세상에는 매일 뉴스에서 사건 사고를 장식하는 몇몇 나쁜 부모들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주변에서 바라보는 부모들은 모두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너무 아이들을 걱정하다 보니 부모 자식 간에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긴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도 아이들과의 감정싸움이 생겼을 때는 너무 많은 기대를 했을 때와 너무 많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할 때였다. ‘왜 이 정도밖에 안 되지?’, ‘저래서야 앞가림이라도 잘할 수 있을까?’ 나 역시도 부모님으로부터 이런 걱정들을 한 몸에 받았다. ‘어떻게든 제 밥그릇은 타고 난다’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정말 거짓이 아니었다.


 문득, 아이들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 하나가 생각난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무심코 내뱉었던 그들에 대한 뒷담화가 생각나 도저히 못 묻겠지만, 기회가 되면 이렇게 질문하고 싶다. ‘우리는 너희들에게 어떤 부모니?’그리고 우리가 너희들에게 어떤 부모였으면 좋겠니?"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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