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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OLO' 16기

우리는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by 하늘진주

<‘나는 SOLO’ 16기, 우리는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요즘 ENA의 ‘나는 SOLO’ 16기가 화제다. 이 방송은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솔로 남녀들이 모여 사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데이팅 프로그램이다. 예쁘고 싱그러운 청춘들이 나오는 다른 연애 방송과는 다르게 결혼을 원하는 출연자들이 출연해 솔직하고 공감을 자아내는 실제 상황으로 회마다 화제를 만들고 있다. 특히 이번 회차는 이미 결혼에 실패한 ‘돌싱’들이 재혼을 목적으로 서로의 짝을 찾는 내용으로, 지극히 현실적이고 매서운 솔직함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흥미롭게도 '나는 SOLO'는 다른 연애 방송들과는 다르게 출연진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실명이 아닌 가명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자 가명으로는 영수, 영호, 영식, 영철, 광수, 상철이 있고, 여자 가명으로는 영숙, 정숙, 순자, 영자, 옥순, 현숙이 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출연진들의 특징에 따라 꼭 맞는 별명을 지어준다. 특히 옥순은 그 기수 최고 '퀸카', '인기녀'로 그려지고, 영식은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 영철은 보통 '상남자'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지금까지 방송된 ‘나는 SOLO'의 방송들을 살펴보면, 풋풋한 미혼들이 출연하는 기수들보다 돌싱들의 이야기가 훨씬 화제였다. 그렇기에, 돌싱 특집인 이번 16기 역시 방송이 되기 전부터 많이 흥미로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16기 방송 첫날부터 선택을 앞둔 마지막 날까지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뒷담화를 장악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이번 16기 돌싱 특집은 인터넷 뉴스에서도, 엄마들 단톡방에서, 대한민국 아줌마 네트워크가 들썩들썩 일 정도로 큰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나는 SOLO 16기'가 열광적인 여론몰이를 도맡아 하는 부분은 크게 3가지이다. ‘가짜 뉴스, 뒷담화, 우유 부담함’이다. 시청자들은 돌싱들의 ‘솔로나라’에서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감정변화와 출연진들의 솔직하고 개인적인 욕망에 크게 놀란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만들어 내는 날 것 그대로의 행동을 뒷담화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방송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제작진의 ‘악마의 편집’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이 워낙 솔직한 탓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영화보다도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한 일들이 ‘리얼 연애 프로그램’에서 벌어지고 있다. 작위적인 내용이 아니라 사실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이번 회차에서 가장 ‘빌런’이 된 사람은 영숙이다. 그녀는 오로지 본인만의 ‘뇌피셜’만으로 가짜뉴스를 만들었고, ‘솔로나라’에서 풋풋한 ‘썸’을 타고 있는 한 커플의 관계에 돌을 던졌다. ‘나는 SOLO' 프로그램에서 ’퀸카‘인 옥순과 광수는 이번 기수 돌싱들 사이에서도 화제인 커플이었다. 영숙은 정확한 근거 없이 여러 가지 소문들을 조합하여 옥순이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고 광수에게 말했다. 그녀의 속삭임에 확고한 커플처럼 보였던 옥순과 광수의 관계는 하루아침에 깨졌다. 게다가 그녀는 유달리 예민한 감정 표현과 까다로운 행동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데이트 장면까지 연출했다.


번째 화제 부분은 뒷담화이다. 원래 남들의 연애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는 법이지만, 이번 기수는 유달리 다른 사람들의 연애에 참견이 심하다. 영숙이 만든 가짜뉴스 역시 다른 솔로들의 뒷담화에서 시작했다. 유달리 본인의 연애에 자신이 없어 보이는 영자도, 근거 없는 확신으로 영수와 옥순의 사이를 의심하는 영철도, ’뇌피셜‘만으로 자기 환상을 밀어붙이는 영숙도 모두 뒷담화의 1인자들이다. 사람들의 뒷담화가 쌓이고 쌓여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세 번 째는 광수의 우유부단함이다. 사실 이 기수에서 가장 피해자는 광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재 시청자들이 그에 대해 측은함을 느끼는 인물인 동시에 가장 욕을 하는 캐릭터이다. 광수는 출연자들의 가짜 뉴스에 휘둘려 옥순의 마음을 의심했고, 아무런 해명 없이 남자들의 데이트 선택에서 다른 여성 출연자를 선택하는 이기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후 옥순과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그는 가짜뉴스의 실체를 깨닫고 망연자실한다. 가장 피해자인 광수가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옥순의 일침으로 드러난다.


“광수님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흔들려서 다른 여자에게 확 돌아간 게 가벼워 보였다"


이 모든 일은 광수가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일이 남들의 연애사라고 하더니, 그 말은 사실이다. 돌싱특집 ’나는 SOLO' 16기는 ‘묻고, 뜯고, 씹는’ 재미가 있는 잔혹한 연애사다.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까지 열광하는 이유는 ‘인간 욕망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출연자들은 5박 6일 동안 오로지 ‘짝’을 찾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감정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솔로나라’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모두가 맞다’고 하는 상황에서 과연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실낱같은 진실을 찾아 본인의 신념을 굳건하게 지킬 수 있을까? ‘나는 SOLO'를 보며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고, 지키기도 어렵다는 것을. 속으로 흉을 봐도, 지금 내 옆에 있는 짝꿍이 최고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SOLO' 방송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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