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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Oct 29. 2023

매일 실천하는 글쓰기 루틴을 위해서

  100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싫증을 잘 내고 그날그날의 상황과의 타협이 잦았던 내가 이만큼 버티며 글을 써 온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어떨 때는 일이 겹쳐 글 마감 시간을 겨우 지켰고, 또 어떤 하루는 도저히 글 소재가 생각나지 않아 괴로운 시간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는 일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포기하고 싶었다. 이렇게 목표 글쓰기로 향하는 길목의 중간쯤 서고 보니 스스로가 무척 장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계속해서 100일 글쓰기 루틴을 만들어 갈지 고민이 많다.


 ‘대통령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은 책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굳이 ‘글을 잘 쓰는 사람’과 ‘글을 못 쓰는 사람’으로 구분해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쓰지 않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은 완벽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글쓰기에 완벽함은 없다. 오직 ‘쓰는 사람의 향기’만 있을 뿐이다. <강원국의 글쓰기>


 예전에는 나 역시도 ‘글을 잘 쓰는 사람’과 ‘글을 못 쓰는 사람’으로 나눠서 모든 글 쓰는 이들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글을 맛깔나게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마냥 부럽기도 했지만, 질투가 난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이솝우화>에서 담 너머 신 포도를 바라본 여우처럼 저 사람은 분명 빛나는 ‘글쓰기 재능’이 있거나 어떤 특별한 감각이 있어서 글을 잘 쓰는 것뿐이라 치부했다. 그 글을 쓰기까지 그 사람들의 고민이나 노력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야 항상 글쓰기를 게을리하는 나 자신을 용납할 수 있었다.


 50일 남짓 겨우 버티며 글을 써 온 지금에서야, 저자 강원국이 언급한 “세상에는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쓰지 않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라는 문장의 의미가 마음속에 깊이 와닿는다. 모두 사람에게 하루하루는 바쁜 일상의 연속이다. 어떤 날은 아무리 굳게 마음을 먹어도 매일 A4 한 장을 채우기가 어렵다. 차분히 앉아 글을 쓰려고 하면 꼭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때로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때로는 가족들을 챙겨야 해서 글쓰는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차분히 앉아 머릿속으로 오가는 단상들을 꽁꽁 붙들다가도 일상의 방해로 순식간에 모든 생각의 끈들이 끊어져 버린다. 그런 일이 여러 번 생기면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다.


 어쩌다 겨우 글 한 편을 써도 도저히 마음에는 들지 않은 문장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강원국은 친절하게 조언한다. “글쓰기에 완벽함은 없”고, “오직 ‘쓰는 사람의 향기’만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냉정하고 비판적인 독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너무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면 도저히 앞을 나아갈 수 없는 것처럼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완벽한 글을 추구하며 ‘자기 검열’을 자주 하다 보면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다. 문장 한 개, 단어 하나, 쉼표 하나까지도 계속 아른거리는 불편한 오점처럼 보인다. 어쩌면 글쓰기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자기 검열’ 일 것이다.


  <2023 월간 채널예스>(VOL 96)는 ‘한국문학의 미래’인 16명의 젊은 작가들을 상대로 ‘매일 실천하는 글쓰기 루틴’을 조사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에게 큰 힌트가 될 것이다. 그 조사결과에 의하면, 작가들은 저마다 “일어나자마자 글을 쓰”거나 “마감은 늘 두렵지만 심란해하지 말고 일단 쓰”고 도저히 안 써지는 날에는 “분량, 내용과 상관없이 한 글자라고 쓰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 누구 하나 ‘글쓰기가 세상에서 제일 쉽고 재미있다’라고 말한 이는 없었다.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작가들에게도 매일 글쓰기는 어렵고 힘겨운 일이었다. 하루하루의 고민과 갈등과 체념들이 모여서 빛나는 그들의 작품들이 완성되는 거였다. 독자들이 순식간에 읽어내는 글들 뒤에는 작가들의 말 못 할 고충들이 숨어있다.


 고민과 생각들이 많이 녹아든 글은 한 문장만 읽어도 정갈함이 물씬 풍긴다. 글을 쓰고 퇴고하고 다시 쓰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책 속에 녹아 있을까? 꼭 프로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쓰지 않으면 쉽게 지워지는 삶의 기록이다. 가끔은 매일 글쓰기 자체가 부담이지만, 세월이 지나면 그런 흔적들이 커다란 보물로 다가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기만의 글쓰기 루틴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조용하고 하루 중 편안한 시간에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인생에서 가장 운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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