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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Oct 31. 2023

내 글을 너무 사랑하지 말기

 한 달 전부터 같이 글을 쓰는 문우들과 에세이 공저 책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기존에 썼던 글 중에서 각자 10페이지 정도의 글을 추려 내기로 했다. 원하는 글을 취사선택하고 추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본인 글을 다시 살펴보는 작업과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이런 혼란스러움을 먼저 예상한 한 문우는 ‘절대로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에 상처받지 말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너무 자신의 관점, 생각에 빠져 있다가 보면 절대로 자기 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그분은 본인 역시 그런 괴로운 과정을 경험했다고 했다.


 솔직히 내 글에 대한 지나친 애정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남이 조언하는 피드백을 들으면 괜히 반발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솟아난다. 그 조언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내 자식을 지켜야겠다’라는 열혈 엄마의 모습으로 빠르게 변한다. 괜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서 하다가 기존의 글들이 모두 이상해질까 두렵다.  이런 글에 대한 지나친 애정들,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 외골수 사랑이 본인의 글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소다. 그래서 글을 온전히 고쳐쓰기 위해서는 좀 더 거리를 두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희모 교수는 ‘차이를 가진 반복’(세계일보, 2021.06.07.)의 칼럼에서 퇴고의 중요성에 관해 서술했다. 그는 스티브 킹과 오에 겐자부로의 글쓰기를 예시로 들며 ‘쓰고 또 고쳐 쓰는 과정’의 중요성에 관해 말한다. 저자는 글을 잘 고치기 위해서는 ‘초고를 보는 낯선 시선과 객관적 감각’이 필요하며 좋은 작가란 공정한 시선과 감각을 가지고 초고를 고치고 또 고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언급한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의 글쓰기 방식이 재미있다. “작가는 적어도 두 번의 글은 써야 하는데, 한 번은 서재 문을 닫아놓고 써야 하고, 한 번은 서재 문을 열어놓고 써야 한다” 이때 스티븐이 표현한 서재 문은 온전한 문이 아니라 작가의 관점을 의미하는 듯하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서재 문을 닫고 온전히 떠오르는 자기 생각들을 빠르게 펼치라는 말이다. 초고 글쓰기는 자기 검열 없이 아이디어를 펼치고 전체적인 스토리 윤곽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번째 글쓰기는 서재 문을 열고 다양한 관점에서 글을 살펴보라는 말이다. 사랑에 빠진 장님처럼 썼던 글의 허점과 아쉬운 점을 넘기지 말고 낯설게 보며 꼼꼼히 살펴서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칼럼에서 언급된 일본의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 역시 “쓰고 또 고쳐 쓰는 종류의 작가”이다. 그는 초고를 다른 시각과 접근으로 퇴고하며 새로운 창의적인 작품으로 완성했다. 사실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썼던 글을 다시 퇴고하기’와 ‘다른 사람들의 글쓰기 조언을 받아들이기’라고 생각한다. 두 경우 모두 본인의 글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해서 생긴다. 내 글에 대한 애정이 지나칠 때 글을 수정하고 퇴고하는 작업은 더딜 수밖에 없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글쓰기에서 과하지 않고 적당한 애정을 유지하며 균형 잡기란 참 힘들다. 분명 글을 쓸 때 본인의 글에 대한 애정 없이는 절대로 세상에 내놓을 수 없다. 불특정 다수 앞에서 글을 쓰는 일은 어느 정도 ‘과시욕’은 꼭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본인의 글에 대한 지나친 사랑 역시 글쓰기의 성장을 망치는 주범이다. 남의 피드백을 듣지 않은 채 본인의 초고만을 고집하는 일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글을 쓰는 일은 호떡을 만드는 작업 같다. 누구보다 뜨겁게 생각의 반죽을 주물려서 글을 쓰지만 전체적인 글의 토대는 차가운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 무대포처럼 자기감정만을 휘갈겨 쓰면 그 글은 본인만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흐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글을 다 쓴 후에도 구석에 두어 거리를 두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럴 때 입맛에 맞는 글의 호떡을 만들 수 있다. 차갑게 숙성시키는 시간 없이 무조건 뜨거운 열정으로 글을 휘갈기기만 한다면 적절하게 알맞은 내용들을 넣기 힘들다. 그래서 글쓰기는 지나치게 뜨거운 사랑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애정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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