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라는 단어는 항상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시작’이라는 단어를 그림으로 상상해 보면 모든 사람이 같은 정지선에서 준비하고 있다가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출발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먼저 앞서가는 사람이 없이 뒤처지는 사람이 없이 모두가 공평하게 같이 출발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부푼 마음으로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다.
어제 11월 30일만 해도 마음이 좀 무거웠다. 원래 연말, 월말이 되면 왠지 모를 기분으로 축 처지곤 하는데 어제는 2021년도 얼마 안 남은 마지막 11월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보통 월말과 다르게 피곤이 갑자기 확 몰려왔다. 2021년도 그럭저럭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왜 항상 연말이 되면 허무해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에게 11월과 12월은 한해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발버둥 치는 시기이자 조금씩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매번 그랬듯이 매년 12월이 지나면 나는 또 한 살을 먹고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 계획을 세울 것이다.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한 해가 바뀌어도 좀 더 밝고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을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매번 1일이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을 힘차게 세우다가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기면 서서히 처음 세웠던 마음들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지금의 열정적인 마음이 12월 31일에도 계속 유지되지 않을 것임을 내가 ‘노스트라다무스’가 아니어도 충분히 예언할 수 있다. 분명히 나의 부족한 능력, 게으른 심성에 실망하며 12월 1일에 설레는 얼굴로 계획을 세웠던 과거의 나를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고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은 내 인생을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직은 실패에, 좌절에 내 마음을 맡기고 싶지 않다. 매월 1월이면 다시 시작하고 매월 30일, 31일이면 허무함에 눈물을 흘릴지라도 나는 계속 도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