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진주 Dec 10. 2023

답이 없는 질문과 100일 글쓰기

 얼마 전에 종영한 <무인도의 디바>는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가 가수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드라마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꿈과 희망, 따뜻한 가족 간의 사랑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서늘한 가정 폭력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적절하게 잘 어울려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를 끄는 인물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주인공 서목하이다. 그녀는 유명 가수인 윤란주의 팬으로 가수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무인도에 낙오되어 15년을 보낸다. 겨우 구출되었을 때의 나이는 31세,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도, 가수로 성공하기에도 너무 늦은 나이이다.


 서목하는 쉽게 포기를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절망에 부딪힐 때마다 무인도에서의 낙오 경험을 떠올린다. 사실 목하 역시 구조대가 오길 기다리며 극단적인 심정으로 내몰렸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 태풍이 언제 올지 모르는 낯선 환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서목하를 절망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무인도에서 처음 6년 동안, 저는 매일매일 질문했어요. 구조대가 오긴 할까? 태풍이 또 오면 어쩌지? 여기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뭘 잘못해서 여기 있는 걸까? 그렇게 답 없는 질문으로 하루하루를 몽땅 채우다 보니까 죽을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 우연히 목하는 바다에 떠내려온 아이스박스 1개를 발견한다. 그녀는 그 안에 있는 라면을 먹으며 5분만 더 살아보자고 결심한다. 절망적인 가운데 단 5분을 뭐로 채울까, 고민하면서 말이다. 줄줄이 찾아오는 새로운 존재들, 햇살, 갈매기 친구, 쓰레기들…. 절망에서 벗어나 주변으로 눈을 돌리니 다른 많은 것들이 보였다. 그녀는 답이 없는 질문으로 고민하며 온종일을 보내기보다는 다른 걸로 하며 하루하루 버티니 구원이 찾아왔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 어떤 일을 시작할 때마다 수많은 질문들을 속으로 되뇌게 된다. ‘지금 시작하면 너무 늦지 않았을까?’, ‘이렇게 계속한들 앞으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누구도 쉽게 답을 해 줄 수 없는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들은 항상 꿈꾸는 것을 방해하고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 괜히 도전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지금까지 해 왔던 평온한 삶을 살라는 말이다.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느라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목하는 눈앞의 햇살을 보라고 말한다. 그녀가 무인도에서 봤던, 답 없는 질문을 지워줬던 햇살과 비슷한 반짝임이다. 그리고 답이 없는 질문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5분, 50분, 5시간을 채우다 보면 본인만의 햇살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 햇살이 생각났어요. 답 없는 질문을 지워줬던 햇살…. 그래서 선택했어요. 답 없는 질문을 해서 뭐해요. 그럴 시간에 노래 연습하는 게 낫죠. 작더라도 무대에 서는 게 낫고, 먹고사는 걱정할 시간에 짐짝이라도 날라서 돈이라도 버는 게 낫죠. 그렇게 5분, 50분, 5시간…. 채우다 보면 언젠가,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


 100일 글쓰기까지 이제 겨우 9일이 남았다. 매일 글쓰기를 하며 힘들었던 점은 속으로 되뇌는 답이 없는 질문들이었다. 이런 질문들은 글쓰기가 힘들 때마다, 글쓰기 소재가 생각 안 날 때마다, 100일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자주 찾아왔다. 그러고는 아주 상냥한 어조로 교활하게 말을 건넸다. “오늘 글이 굳이 생각나지 않으면 내일 써도 된다.”라고. 글쓰기가 어려울 때마다 답이 없는 질문들은 항상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런 에게 목하는 단호하게 말한다. 일단, 5분, 50분, 5시간, 계속 ‘일단 쓰라’라고 말이다. 누구나 알지만, 애써 모른 척하는 진리이다. 일단 뭐라도 써야 나만의 글쓰기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만일 이번 100일 글쓰기 완주가 성공리에 끝난다면, 그건 일단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매일 썼기 때문이다. 나의 답 없는 질문을 없애줬던 햇살은 ‘일단 쓰기’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의 거스러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