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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Dec 08. 2021

나는 선택하는 사람

수전 베르데 & 피터 H. 레이놀즈 그림책


 밝은 그림체와 생각하게 하는 내용을 안겨주는 것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피터 H 레이놀즈’가 수전 베르데와 함께 <나는 (  )* 사람이에요> 그림책을 펴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이번에 발견했을 뿐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입소문을 탄 작품인 듯하다. 재미있는 점은 책의 제목이 ‘나는 (  )* 사람이에요’라며 빈 곳으로 남겨 둔 것이다. 아마도 책을 처음 접한 독자들은 이 빈 여백의 제목을 연신 바라보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읽는 사람들의 기분이나 마음에 따라서 혹은 본인이 어떤 삶의 방향을 추구하느냐에 다양하게 나올 듯싶다.

 

 ‘나는 (    )* 사람이에요’의 여백에는 무엇을 채울 수 있을까? 항상 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비난, 칭찬에 따라 나 자신을 정의하는 생각들이 자꾸만 변했다. 그리고 내가 들은 말들의 강도에 따라 온종일 구름 속을 둥둥 떠다니기도 했고 가끔은 홀로 땅굴 깊숙이 몸을 파묻고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칭찬을 들으면 ‘나는 ( 칭찬 내용을 )* 잘하는 사람’, ‘나는 (칭찬 내용 )*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며 스스로 규정지으며 행복해했다. 때로, 다른 사람들이 부정적인 말을 애써 돌려서 하는 말들, “이건 좀 그런 것 같아요.”, “이 부분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들으면 ‘나는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자중하곤 했다. 그러다 정말 냉철한 비난자를 만나 온갖 비난과 부정적인 말들을 온몸으로 듣고 나면 ‘나는 안 돼. 무엇을 해도 안 되나 봐’라고 읊조리며 혼자 나만의 동굴 속에 갇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책에는


 “슬픔이 밀려오면 무거운 돌을 매단 듯 마음 축 처져요.

  나는 사람이에요.

  그럴 때면 생각해요. 나는 사람이니까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나는 다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거예요!”

라는 표현이 나온다.


 


 솔직히 나는 ‘내가 진실로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한 적은 별로 없다.

 그동안 경험하고 지나온 세월만큼 나는 많이 변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즐기는 것, 보는 것, 읽는 것, 입는 것, 먹는 것 등등 몇십 년 동안 살아오면서 관심사들은 조금씩 변했다. 어울리는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달라졌다. 십대의 나는 분명 돼지고기를 싫어했지만, 지금의 나는 가족들과 함께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다. 20대의 나는 청소년들,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그다지 흥미가 없었지만, 지금의 나는 청소년, 아이들, 아이들의 교육,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다. 나는 변했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들도 다 변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여러 가지 말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되고 싶은 사람은 ‘선택하는 사람’이다. 살아가면서 내 앞에는 수많은 갈림길들이 펼쳐질 것이다. 가끔은 그 선택에 후회하고 과거를 돌리고 싶어서 발버둥을 칠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다짐해 본다. 나의 선택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항상 행복하기 위해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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