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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Dec 09. 2021

현대판 살리에리를 위한 응원

 원래 성격이 좀 무던한 편이라 웬만한 일에는 잘 흔들리지 않는다. 본업을 비롯해 다른 어떤 일에도 시샘을 하거나 욕심을 잘 내지 않는데 유독 글 쓰는 부분에서는 욕심이 많다. 특히 내가 생각하지 못할 만큼 글을 너무 잘 쓰는 사람들을 만나면 감탄과 동시에 샘도 나고 질투가 난다. 한평생을 모차르트를 향한 열등감을 품고 작곡가 살리에리처럼 말이다.


 몇 개월 전 H 교육센터에서 한 소설가의 소설 창작 입문반을 수강했다. 항상 글은 쓰고 싶은데 매번 본업 때문에 글 쓰는 일이 뒷순위로 밀려 큰맘 먹고 신청한 수업이었다.

‘그래, 이렇게 뭔가에 매여서 쓰면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 수업에서 여러 명의 재야의 글 고수들을 만났다. 이제까지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도 못한 특별한 재능의 소유자들.


 내가 수업을 신청했던 때도 역시 코로나가 부쩍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기에 수강생들은 많지 않았다. 10명 남짓의 사람들이었고 다 평범해 보이는 생김새였다. 다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는지 궁금했지만 서로 묻지 않았다. 신기한 게 창작글 쓰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개인적인 신변잡기 질문들을 잘 던지지 않는다. 태산 같은 호기심이 밀려와도 그저 무한한 인내력으로 그저 기다릴 뿐이다. 얼핏 설핏 비치는 글들에서 그 사람이 무엇과 가까이하는지, 무엇을 관심 있어하는지 추측할 뿐이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고 지금도 거의 활자중독처럼 책 읽기를 좋아하기에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놀라거나 충격을 받은 적은 별로 없다. 공감 가는 글, 재미있는 글, 감동적인 글, 논리 정연한 글, 잘 쓴 글 등등 고전부터 추리, 웹소설까지 웬만한 장르는 다 읽어봤다. 그래서 글을 읽으면서 놀랄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수업에서 신기한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났다. 그분은 마른 체구에 하얀 피부를 가진 분이었다. 시인으로 등단했다가 소설이 쓰고 싶어 이 수업을 신청했다고 했다. 내 주위에도 그런 분들이 많기에 ‘아, 그렇구나’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그분의 3페이지의 글을 처음으로 접한 날, 나는 느꼈다. ‘아, 역시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은 따로 있구나.’ 그녀의 글은 스스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글 자체에서 냄새가 풍기고 사람들이 살아 움직였다. 오감을 자극하는 글, 아마 이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이야기나 구성도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거나 독특하지도 않은데 계속 궁금했고 또 ‘어떤 내용을 써 올까?’ 호기심이 생겼다. 분명 예측 가능한 이야기, 줄거리인데도 그분이 묘사하고 서술하면 장면들이 스스로 살아 움직였다. 분명 내 스타일의 글이 아니었는데도 호기심이 생겼다. 그녀는 시인으로서의 높은 감수성과 관찰력으로 기존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글들을 매번 써냈다.


 소설 창작 입문반 종강 뒤, 다시 본업이 바빠져 심화반을 수강할 수 없었다. 나와 같이 공부하던 그 학우들은 심화반을 신청했는지 모르겠다. 이제까지 내가 본 그 누구보다도 빛나는 재능을 가졌던 그들, 이번 신춘문예에 도전했을까? 특히 나를 가장 놀라게 했던 그 수강생. 그분의 글은 시중에서 활자로 만나도 금방 알아볼 것 같다.


 수없이 많은 천재 모차르트 들이 넘쳐나는 이 글 세상에서 평범한 현대판 살리에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뿐이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한 글, 한 글씩 써 내려가는 것밖에. 한 계단, 두 계단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그렇게 믿으며 오늘도 한 편씩 조심스레 글을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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