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구독하던 어린이 문예지에서 당분간 휴간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 잡지사는 나름 아동 문학계에서 명망이 높은 월간지로, 아동도서계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리리가 등단한 곳이기도 하다. 처음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소개받고 한 때 아동 청소년 이야기를 짓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에 부풀어 구독한 지 몇 년째이다. 그런데 갑자기 휴간을 하다니.......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곳의 휴간 소식은 무척이나 씁쓸하기만 하다.
사실 요즘 교육, 아동과 관련된 불경기는 비단 아동도서 문예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외부 강사의 스케줄도 입에 근근이 풀칠만 겨우 할 정도이다. 이제는 정말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 고민을 할 만큼 말이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정신줄을 놓을 만큼 살인적인 강의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상하리만큼 일이 많이 없다. 갑자기 주변에 경쟁업체가 많아진 탓인지, 아니면 학교의 교육예산이 준 탓인지, 혹은 교육할 인원이 줄어든 탓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야금야금 내리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줄어드는 아이들의 수와 관련된 불안한 상황들이 조금씩 우리 사회를 옥죄어 온다. 연신 떠들어대던 출생률 감소 문제점은 이제 조금씩 실질적인 위험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큰 애가 다니던 시절의 초등학교의 한 반 인원은 30명 남짓이었다. 그 당시 통계상 학령인원이 가장 적다는 2005년생도 한 학년의 반은 3~4반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2024년 주변학교들의 1학년 한 반 인원은 15~20명이 고작이고, 어떤 학교는 학년 반 규모가 2반이 채 넘지 못한다고 한다. 서울과 가깝다는 수도권 지역도 이제는 출생률 감소에서 안전하지 않다. 멀게만 느꼈던 지방에서의 인구 소멸 물결이 수도권 지역에도 성큼 밀려들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는 오늘내일 일이 아니다. '나 혼자 산다'는 이들과 늙어가는 사람들만 넘쳐난다. 이런 현상의 밑바닥에는 개인적인 자아성취를 우선하고 싶은 욕심과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 인프라에 대한 절망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공동체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상충될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몇십 년 전 출산과 육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두 아이를 낳고 아등바등 살아온 내 입장에서 그 어떤 조언도 할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이 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본인만의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하는지에 대해서만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여성들이 가지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외면은 그들이 그동안 보고 듣고 경험한 선배 엄마들의 모습이 반면교사가 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결혼 이전으로 돌아가 앞으로 20년 동안 그동안 경험했던 출산과 육아의 시간을 다시 거칠 지 아니면 나만의 커리어를 쌓을지 묻는다면 조금쯤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난 그저 그래야 할 것 같아 그 당시 사회통념에 따라서 아이들을 낳고 키웠다. 예전에는 노후에 대한 안전장치라는 개념이라도 있었지만, 요즘은 자식세대들의 효도를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
기후재앙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북한의 위협이 점점 다각도로 우리의 불안을 자극하는 21세기의 요즘이다. 어쩌면 아이들을 낳아서 그들에게 이런 아슬아슬한 고통을 알려주기보다는 그냥 나 홀로 비참한 아픔을 감내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먼 미래에 대한민국 인구가 점점 줄어 세계 시장에서 밀려나도 현재의 우리는 잘 먹고 잘 살 수는 있지 않을까. 점점 침몰하는 지구촌 호 한켠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마지막 권리를 누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까 아니면 생존하기 위해 좀 더 발버둥을 쳐야 할까. 점점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현재 사회 곳곳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침몰하는 대한민국의 아틀란티스호에 타고 있는 우리들, 마지막 그날을 어떤 표정으로 바라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