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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Jan 26. 2022

'착한 아이' 병에 걸린 2022년 대한민국 국민

 초중고 12년 개근상, 지금은 지나간 유물처럼 느껴지는 이 상이 예전에는 나에게  무척 중요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 당연히 학생 개개인의 인권보다는 집단의 이익이 우선되었고, 모든 학생은 웃어른, 집단의 지시에 무조건 순응해야 했다. 12년 개근상도 그 당시에 들었던 지시 중의 하나였다. 초등 몇 학년 때 이 상에 대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초등 1학년 때부터 들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창의성, 인권 교육보다는 예절, 애국심을 달달 외울 정도로 세뇌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그 당시 선생님은 아무리 아파도, 너무 힘들어도, 정말 다리가 부러지는 일이 있어도 목발을 짚고서라도 학교는 꼭 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어린 나는 그 말을 정말 열심히 순응하며 들었고 기필코 12년 개근상을 따내고야 말았다. 선생님 말씀, 정부의 말이라면 아무리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알아듣던 너무도 착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정부의 지침을 너무도 잘 따른 착한 아이는 내일 3차 부스터 샷을 앞두고 있다. 10월 코로나 2차 접종하였으니 정부가 허용한 백신 패스 유효기간은 많이 남이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코로나 2차 접종 3개월이 지나기 무섭게 얼른 맞으라고 접종 독려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비록 그 문자의 내용이 온유하고 객관적으로 묘사되고 있으나 그 속내는 얼른 접종하라는 ‘백신 독촉 문자’처럼 끈질겼다. 이에 따른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각각 달랐다. 어떤 사람은 어차피 맞을 백신, 빨리 맞자는 주의였고, 어떤 사람은 3차 백신을 포함해서 4차, 5차 등등 앞으로 계속 백신을 맞아야 할지 모르니 최대한 백신 접종 일을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충성을 보냈던’ 나는 2차 코로나 백신 접종 일이 3개월이 지나기 무섭게 보란 듯이  3차 부스터 샷 예약을 잡았다. 하지만 내심 이 백신을 맞아도 좋을지 아직 확신이 없다.


 지금까지 코로나 백신을 1차, 2차까지 군소리 없이 맞았던 이유는 정부의 확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은 지금까지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첫째, 코로나 백신은 팬데믹 영향으로 너무 빨리 개발되었고, 둘째, 다른 백신의 사례에 비해 많은 임상실험을 하지 못하고 바로 시중에 상용화되었다. 셋째,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으로 죽었고, 또 겪었다.

 나 역시도 2차 백신을 맞고 2개월 뒤, 다른 때와 다른 몸 상태와 심리 변화로 무척 고통스러웠다. 처음에는 바빴던 연말에 있을 수 있는 ‘번아웃’ 증상인 줄 알았다. 뒤늦게 이 증상 역시 코로나 부작용이라는 것을 알고 무척 놀랐다. 그래서인지 이번 3차 부스터 샷 접종하기가 너무 무섭고 불안하다. 처음 1차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맞았다.  두 번째 2차는 정부가 당연히 맞으라고 이야기하고 백신의 안정성을 보장했기에 맞았다. 그리고 내가 맞는 이 코로나 백신이 지금의 혼란스럽고 힘든 상황을 모두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었다.


 2022년 1월 26일, 오미크론 확진자가 드디어 만 명에 돌입할지 모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오미크론의 확진 세가 심상치 않아 앞으로 확진자의 수가 2만 명, 3만 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구정 귀향 일정을 무조건 미루고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백신도 잘 맞고, 마스크도 잘 쓰고, 손 씻기도 잘했는데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은 끝이 나지 않을까? 정부의 판단이 잘못된 것인지, 오미크론이 워낙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 그런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선생님의 말씀을 잘 지키며 초중고 12년 개근상을 따냈던 ‘착한 국민’인 나는 내일 3차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간다. 백신을 맞고 난 뒤, 심한 고열에 시달려도, 2차보다 심한 몸살에 휩싸여도 아마 난 속으로만 툴툴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고 그것이 바르다고 믿으니까 말이다.

 갑자기 2014년 4월에 있던 비극적인 사건이 하나 생각난다. 그 당시 나는 그 비극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절대로 우리 아이들을 무조건 착한 아이로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8년 후 바로 나 자신이 착한 아이의 탈을 못 벗고 있다. 아, 교육의 무서움이란. 제발 이번 부스터 샷은 아무 부작용 없이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팬데믹의 혼란도 얼른 빨리 사라졌으면…. 올 2022년은 작년과 다른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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