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을 읽으면서 든 생각

by 하늘진주


김호연의 장편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읽는 중이다. 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이 흥미로워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책 속에 번뜩이는 재치와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계속 읽게 된다. 참 놀라운 소설이다. 아직 다 읽지 않은 터라 이 작품에 대해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다. 하지만, 이 책 ‘불편한 편의점’에는 모든 사람의 삶이 다 숨어 있다. 분명히 이 소설을 읽고 있는데 자꾸만 주변의 상황과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always’라는 불편한 편의점 속에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적절히 잘 배치했다. 이 작품에는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 속 인물 중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인물을 2명을 꼽으라면 취업 준비생 시현과 매일 자정에 5,000원가량의 술과 안주를 마치는 가장 경만이다.


첫 번째 인물인 시현은 공무원 시험을 하며 낮에 편의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원래 그녀는 공무원 준비를 하고 대학 전공인 일어를 살려 일본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일본과의 외교 마찰이 생기면서 그녀는 자신의 꿈을 접는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별개의 개인’이 아니라 ‘사회 속의 개인’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시현은 개인의 꿈이 외교 문제로 무너지는 경험을 하자 비로소 자신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촛불을 들거나 축구를 응원하려고 광장에 나가는 사람들과는 자신이 전혀 다른 부류라고 느꼈다. 그녀의 삶은 방 안 구석의 모니터 속에 있었다. 넷플릭스와 인터넷망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접하고 인생을 즐길 수 있었고, 자신만의 온실인 편의점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p59 in ‘불편한 편의점’)


내가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나 역시도 세상사 모든 정보를 인터넷 뉴스에서, TV,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에서 많이 접한다. 어떨 때는 칼럼을 쓴 필자의 논조에 동화되기도 하고, 내 생각이 다른 의견들을 읽으면 속으로 ‘삐딱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모든 과정은 오로지 내 공간에서만 이루어진다. ‘안 보이는 데서는 나라님 욕도 한다’라는 속담처럼 내 생각 표현은 편안한 내 공간 안에서, 친한 사람들 앞에서 자유롭다. 그래서 나 자신이 큰 국가에 속한 ‘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보다는 스스로 자기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부족 국가’라는 생각을 많이 가졌던 모양이다. 그런 내 세계가 정부 시책의 변화, 주변의 분위기에 이리저리 하염없이 흔들릴 때마다 매우 혼란스럽다.


두 번째 인물인 경만은 한마디로 짠내가 풀풀 풍기는 인물이다. 그는 회사에서 받았던 모든 설움과 분노를 자정 무렵의 편의점 혼술로 푼다.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 혼술을 하지도 못한다. 나날이 늘어만 가는 아이들의 교육비로 인한 압박감, 특히 집에 들어갈 때마다 느껴지는 데면데면한 집안 분위기로 인해 술을 사 가기가 껄끄럽다. 급기야 그의 아내는 딸아이들의 교육상 안 좋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금주령을 내렸다. 그런 이유로 그는 추운 겨울날 자정 무렵,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5,200원을 투자해서 소주를 홀짝이고 차가운 안주를 집어먹고 있다. 그런 경만을 보면 자연스레 남편 생각이 난다. 물론 아직 집안에서 ‘금주령’을 내리지 않아 남편은 당당히 집에서 혼술을 한다. 그렇다고 안주를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남편은 항상 ‘잠을 잘 자기 위해서’, 혹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고 하지만, 남편의 혼술에는 어떤 속내가 숨어 있을지 잘 모르겠다.


요즘 TV와 인터넷만 켜면 거의 모든 사람이 부러움의 대상이다. 커다란 네모 액정 속에는 저마다 잘나고 멋진 유명인사들, 연예인들, 행복한 사람들이 깔깔대며 자신의 부와 행복을 자랑하고 있다. 참 못나게도 언제부터인가 현실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그들의 모습들이 그다지 편하지만은 않다. 그들도 나름의 불행들이 있을 텐데, TV 속의 모습들을 보면 나만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주말 내내 시큰둥한 마음으로, 잔뜩 가라앉은 마음으로 TV 리모컨을 마구잡이 눌러대며 생각해 본다. 요즘 나날이 늘어가는 이 삐딱하고 우울한 마음은 갱년기 조짐일까? 아니면 부스터 샷 후유증 때문일까? 혹은 자꾸만 흔들리는 사회 분위기 속의 내 불안 때문일까? 알 수 없다.


어쩌면 내가 없는 재능을 가진 누군가에게 부러움을 느끼고 자신을 자꾸만 캄캄한 우울의 땅굴에다 파 넣는 일은 정말 필요한 변화를 찾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또다시 그 과정을 겪고 있다. 대중매체 속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가 행복해 보이지만, 그들도 때때로 찾아오는 자신의 한계 늪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백조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몸을 감싸는 진뜩진뜩한 불안들을 없애기 위해 보이는 곳에서 더 밝게 웃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때때로 의미 없는 날갯짓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불편한 편의점’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같이 사는 인생 동료들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겪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어떨까? 이 책의 결말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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