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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Feb 23. 2022

요즘 알파 세대의 부모님을 향한 사랑

 어제 11살 조카랑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논술 수업을 한 후 생각이 많아졌다. 지난 날 청소년기의 나와 부모님과의 과거 모습을 회상해 보기도 하고, 조금 어색해진 부모님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지금 이 순간 다 파악하고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결국 부모님과 나, 서로 표현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왜 조카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우리 조카들은 부모님을 보면서 어떤 생각,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 걸까?.


 요즘 같이 논술 수업을 하고 있는 조카 녀석은 알파 세대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기술적 진보를 경험하며 자라나는 세대로, 2010~2024년(혹은 2011~2025년)에 출생하는 이들을 지칭한다. 이 친구들은 인공지능(AI) 및 로봇, 온라인 게임 등 기술적인 부분에 익숙하다. 그리고 알파 세대의 부모인 밀레니얼 세대 역시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로, 모바일·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자신들의 자녀들(알파 세대)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 영향 탓인지 우리 조카들은 특히 컴퓨터나 기기를 다루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생각이 자유롭다. 가끔 조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기존 생각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자주 한다.


 우리 조카들은 우선 TV를 보지 않아 요즘 무슨 프로그램이 유행하는지 잘 모른다. 그들이 주로 만나는 세계는 유튜브, 틱톡과 같은 인터넷과 같은 가상 속의 세상이다. 조카들과 수업을 할 때,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저런 드라마나 영화 제목을 언급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조카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른다. ‘Z’ 세대라 불리는 중고생인 우리 아이들마저 아주 가끔은 ‘알겠다’라며 고개를 끄덕이곤 하는데,  ‘알파 세대’인 우리 조카들은 아예 멍한 ‘백지상태’다. 그러면서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 별 상관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좀 몰라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 그래서 ‘알고 모른다’라는 표현을 하고 자기 소신을 밝히는 데 스스럼이 없다.


 조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논술 수업을 하며 왜 나무가 그렇게 자기를 희생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소년 역시 어릴 때는 착했는데 점점 나쁜 아이로 되어 간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카는 논술 수업 마무리 활동에서 ‘너무 힘들고 어려울 때 나무에게 요청할 수는 있겠지만, 웬만하면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라’며 소년에게 편지를 남겼다. 이런 조카의 생각은 ‘밀레니엄 세대’인 동생의 평소 신념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르지만, 뭔가 시원함과 동시에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요즘 알파 세대들은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좀 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걸까?

 그들, 알파 세대는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함께 성장을 원하는 색다른 사랑을 원한다. 물론 조카들의 모습만 보고서 알파 세대의 사랑 방식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우리 조카들은 여전히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원하는 꼬맹이들이다. 서로 부모님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경쟁도 심하게 한다. 수업할 때마다 조카들은 부모님의 사랑을 나눠야 하는 ‘누나는’ 혹은 ‘동생은’ 얄밉다고 입 모아 말한다. 이런 조카들의 모습에서 알파 세대의 표현은 솔직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한다. 그들의 사랑은 항상 감추고 내색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만을 바라는 ‘츤데레’의 사랑이 아니라 솔직한 사랑이다.


 이런 알파 세대의 사랑의 형태도 나이에 따라 변하고 또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바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세대보다 더 빨리 기술과 다른 문물을 접했고 다른 경험들을 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어른 세대들은 급격하게 변하는 기술 발전을 보며 현기증을 느끼지만, 알파 세대들은 이 기술들이 그들만의 놀이터이다. 앞으로 점점 세대 간의 이해와 감정의 격차는 점점 커질 것이다. 알파 세대, 그들이 만들어 갈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 어떤 형태일까? 알 수는 없지만, 조카가 느끼고 솔직하게 표현한 동생 부부의 ‘부모님’ 모습은 너무 멋있다. 너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사랑의 형태가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행복한 사랑이다. 아마 조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라 <같이 행복한 나무와 소년>을 더 원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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