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이야기.

by 박태철



설을 맞아 처가에 내려왔다.

아내가 대구에 일이 있어 데려다주면서 아이들도 함께 나왔다.

아들은 사촌과 PC방에 가고,
고2가 된 딸은 괜히 따라왔다며 투덜거렸다.

그래서 인근 맛집을 검색하다가 일본 감성이 있는 ‘노키’라는 일식당에 갔다.

딸이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와 있는 시간보다 친구와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같은 집에 함께 있어도 ‘들어왔구나’ 하는 생각만 들 때가 있다.

말을 걸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내가 알아서 할게.”
모든 답이 비슷하게 돌아온다.

오랜만에 딸과 단둘이 같은 공간에 앉아 있으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랐다.

딸이 태어났을 때,
세상에서 처음 본 사람이 아빠였을 것이다.

나도 딸을 처음 봤을 때 기대가 참 컸다.

그런데 골륨처럼 못생긴 아기가 나와 다시 넣고 싶을 정도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에 둘도 없는 예쁜 딸은
나에게 참 많은 선물을 주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에게 많이 혼나 울고 있어서 업고 동네로 나간 적이 있다.

서러웠는지 의자에 앉아서도 울면서 이야기를 했다.

나는 딸과 친구 같은 아빠가 될 줄 알았다.

딸이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요즘 고민이 무엇인지,
친구가 누구인지
아는 게 정말 없다.

어쩌면 나는 아빠라기보다
그저 보호자로 서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아빠가 된다는 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매트가 되어
인생이 힘들어 넘어질 때
안전하게 받아주는 사람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딸이 더 크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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