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기까지인가 보다.

by 박태철



오늘 중1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중1때 나를 거지라고 놀린 친구다.

그러다 친해져 20대 초반까지 모든 추억을 함께 한 친구다.

김현식을 좋아해서 술 한잔에 취하면
골목길을 고래 고래 불렀다.

몹쓸짓은 다 가르켜준 친구다.

그 친구는
아버지가 몇년 동안 인삼주를 숙성시켰는데 밤에 몰래 한잔씩 하고 물을 부었다.

아버지가 언젠가
인삼주를 드시는데 "왜 이렇게 많이 먹어도 안 취하지"? 라고 말씀 하셨다고 가끔씩 추억의 스토리를 이야기 하면서 깔깔대고 웃는다.

고등학교 때는몰래 담배를 가르켜주고, 소방차 따라 한다고 세명이 춤추면서 낭만이라면 낭만이랄까 응답하라 1988에서
나올법한 친구다.

그 친구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20대에 혼자 지방 내려가서 고생
할 때 베란다에서 소주한잔에 담배를 피면서 "태철아 힘들다"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그 친구는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이 울쩍할 때 소주 한잔 마시면 가끔씩 전화가 왔었는데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졌는지 지금은 예전만큼 통화하지 못한다.

이번에 그 친구가 주점을 크게 오픈 했는데, 너무 힘들다고 한다.

이제 몸도 말을 안 듣고 예전 같은 열정이 없다고 한다.

가게에서 집을 가는 올림픽대로를 지나가면서 "여기까지인가 보다"를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주변을 돌아보면
"난 여기 까지인가 보다"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우리 인생에 여기 까지인가 보다 할 때 지금까지 하던 방식을 탈피 하면
그 자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도 모른다.

여기까지라는 무게감과
새로운 방식으로 출발 하는 무게감은 다를 것 같다.

그 친구와 추억은 먼 옛날에 있는 서랍장에 숨어 있다고 생각 했는데
그 추억이 현재에도 진행형임을 느껴진다.

누군가 옆에서 여기까지인가 보다
할 때 들어 주기만 해도 다시 걸어갈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우연히 마주친 보라빛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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