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계단 오르기는 어떤가요?

함께하면 새롭다

by 아네스장

기분이 계속 꿀꿀하여 안 되겠다 싶어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겨울 운동으로 시작한 계단 오르기도 한동안 미루고 실행을 안 했던 터였다. 새해도 됐으니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준비를 하는데, 남편이 어디가? 하며 관심을 보인다.

"계단 오르기 할 건데, 같이 할래?" 하니, 어쩐 일인지 오늘은 그동안 운동을 너무 안 했다며 같이 해보잔다. '설렁설렁 하긴 글렀군!'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지만,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침대에만 붙어있던 요즈음 남편의 늘어짐에 불만이 있었기에, '잘됐다!' 싶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출입문이 열리지만 무시하고 계단 앞에 선다. 간단하게 무릎을 돌리고 스트레칭을 한 후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아파트 계단은 의외로 계단참이 얕아 생각보다 쉽게 할 수 있다.


남편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빨리도 올라간다. 나는 내 속도대로 갈 거라며 미리 방어막을 쳐둔다. 무릎에 자극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여 올라간다. 처음엔 느려도 올라가다 보면 속도가 붙는다.

혼자 할 때보다 더 무념무상이었는데, 빠른 속도로 올라간 남편에게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층수도 보지 않고 오르다 보니 어느덧 31층까지 올라왔다.

아들을 따라 31층까지 올라와본 이후로 혼자서 지하주차장부터 31층까지도 올라온 적이 있었기에, 내가 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숨이 차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31층에 도착 해갈 즈음 올려다보니 남편이 한쪽 손을 주머니에 꽂고 교관 같은 자세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보이자 남편은 ‘옥상까지 가자!’ 하며 대답은 듣지도 않고 다시 올라가 버린다.

그래...두 개 층만 올라가면 되니까...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서 올라가다 보니 생소한 PH1이 나온다. 옥상을 PH1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옥상층에 다달으니 다른 층과는 달리 창이 크게 나있었다. 안전바가 있긴 했지만 바깥 풍경이 예상될 수 있을 정도로 큰 창이었다. 옥상으로 통하는 문 두 개 중 한 개는 잠겨있었고, 열려있는 한쪽 문을 여니 쌀쌀한 바람이 들어올 듯 말 듯 밖에서 문을 열지 못하게 잡아당기는 듯하였다. 탁 트인 넓은 옥상을 상상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좁았다.

숨이 차고 심장은 터질 것 같았지만, 갑갑했던 계단실에서 나와 뻥 뚫린 전망을 보니 상쾌하고 후련했다. 내년부 가족과 함께 새해맞이 등산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등산을 못하면 옥상까지 올라와보기라도 하면 좋겠구나 하고 생각되었다. 계속 고층 아파트에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말이다.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남편이 "옥상은 처음이야? 왜 올라와볼 생각을 안 했어?" 하는 것이다.

그러게 말이다. 나는 도전정신이 부족한가? 싶어 살짝 기분이 상하려다가, "그러게 그런 생각을 못했네, 같이 오니까 덕분에 올라와도 보네!" 하며 치켜세워 줬다. 전에 같으면 '또 타박을 하네' 하고 토라졌을수도 있는데... 긍정적으로 표현고 시도한 나에게 스스로 잘했다고 해주게 되었다.


그렇다. 작은 것이라도 새로운 시도는 뇌를 활성화시킨다고 했다. 혼자 하면 그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함께하면 새로운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시도도 하고, 가슴 뻥 뚫리는 풍경도 보고 나니 다시 활기를 찾은 듯하다. 불나면 피난해야 할 길도 미리 탐방해두었으니 더 든든하다.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더라도 피난로도 알아둘 겸 옥상까지 올라가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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