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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Feb 10. 2021

독박 육아보다 무서운 게 뭔지 아시나요?

명절에 여행은 무슨

어머니는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셨다.


 "엄마, 5명 이상 집합 금지야, 1명 더 오면 5명이라고요..."

남편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어머니를 놀리듯 큰소리로 말한다.

" 그 소리 들으니, 밥맛이 딱 떨어졌다!" 어머님은 밥을 덜어놓으러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한 명이라도 와서 도와주면 좋을 텐데, 그마저도 안된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이신데, 거기다 데고 남편은 웃으며 남 얘기하듯이 하니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고 하시는 거다.



며칠 전 저녁식사 중 어머니께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 설에 모이지 말자고, 제사를 각자 알아서 지내자고 하는 큰 아주버님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재료는 다 사두었지...

각자 알아서 어떻게 지내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노?

그래서! 안 온다고?  

내는 모르겠다....."


그 전화 이후로 어머니는 걱정이 많아지셨다. 뉴스에서 분명히 보셨을 텐데, 모른척하시고 상의도 없이 제사 음식은 미리부터 사다 나르신 지 오래였다. 큰 아주버님도 참 빨리 얘길 하신다 싶었다.


"어머니, 그냥 우리끼리 지내요! 양을 조금 줄여서 하면 되죠! "

"그래, 엄마! 우리끼리 지내자! 서준이도 돕고, 양을 줄이면 우리 넷이 하면 되겠지 뭐!"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굳어졌던 어머님 얼굴이 잠시 펴졌었다.

우리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각자 알아서 판단하는 데로 따르는 게 좋겠다고 어머님을 달래 드렸지만, 평생 제사를 정성껏 모셨기 때문에 조상덕으로 자식들이 다 잘됐다고 굳게 믿고 있는, 80넘은 노인을 완벽히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했다.


보통의 명절 때 같으면 모두 12명이 우리 집에 모인다. 큰형님네 4 식구, 둘째 형님네 4 식구, 우리 식구 4명 해서 총 12명이다. 아버님의 병세 악화로 대구에서 서울로 제사를 옮겨오면서 부터 어머님과 함께 산다는 이유로 우리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명절 당일 저녁, 고모네 식구들까지 다모이면 총 16명이 우리 집에 모인다.


명절 전날부터 모여서, 다 같이 전을 부치면 오후 2~3시 얼추 마무리가 되고, 저녁이면 외식, 어머님 표현으로 '회식'을 한다. 음식 하느라 고생한 어머님과 가족들이 모여 편하게 맛있는 것을 먹으며, 아들들과 술도 한잔하며 회포를 푸는 이 회식이 어머님께는 낙일 수도 있는데, 그런 회식은커녕 평생을 빠지지 않고 정성을 들여온 제사를 코로나로 빼앗겨버리는 느낌이실 것이다. 거기다 많은 양의 제사 음식을 별 도움되지 않는 막내아들과 손자와 못 미더운 며느리와 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실 것이다.

못 미덥겠지만 그나마 하겠다고 하는 막내며느리는 어쩌다 독박 제사를 지내야 하게 돼서 떨고 있는 저녁이다. 독박육아보다 더 무서운 독박제사이다.


명절에 여행은 무슨, 꿈같은 소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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