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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May 28. 2021

어머니의 로망

이해할 수 없는 

어버이날 다 함께 모이는 대신에 자식들에게 조금은 더 두둑이 용돈을 받게 되신 어머님은 한 껏 들떠 계셨다.

 

'돈 좀 많이 들어오면 내가 갈비탕 해줄게!'를 실행할 수 있게 되셔서 이다.

갈비탕은 사 먹으면 되는데 하는 생각이 앞섰고, 돈이 아깝기도 하고, 솔직히 어머님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며칠 전부터 농협에서 갈비를 사 오시고, 시장에서 인삼을 사 오시고, 마지막으로 전복도 사다 나르셨다.

전복을 껍질채 넣어야 할지, 껍질 빼고 넣어야 할지, 언제 넣어야 할지에 대해서 계속 물으시는데, 결국 전복 손질은 내 몫이라는 의미인 것을 알아차렸다. 전복 손질이 너무나도 싫은 나는 그때부터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살아있는 전복을 칫솔로 박박 문질러 닦으면 부드럽던 살이 딱딱해지는 그 느낌이 싫어서 인 것 같은데, 아무튼 전복을 사 오시는 날에는 항상 내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진다. 나와는 다르게 갈비탕을 끓일 생각에 어머님은 계속 매우 기분이 업되어 계셨다.


전복을 손질하는 나에게 아이가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야, 엄마 지금 건드리지 마! 전복 때문에 예민하다.' 라며 남편은 놀리듯 장난을 친다.


어쨌든 전복을 깨끗이 씻고, 끓는 물에 한번 데쳐 살을 발라내고, 언제든 어머님이 원하실 때 사용하실 수 있도록 통에 담아 두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어머님표 갈비탕과 갈비찜을 먹을 수 있었다. 인삼향이 아주 진한 갈비탕은 국물이 깔끔했고, 갈비찜은 양념이 너무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살이 너무 질기지도 흐물거리지도 않은 정말 딱 알맞은 식감의 맛있는 갈비찜이었다. 사 먹고 말지 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너무나 맛있게 한 끼를 먹은 식사였다.


어머님은 '한우여서 역시 다르네~, 내 진짜 처음 사봤다.' 하신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난다. 마트에서 한우 갈비를 볼 때마다 가격을 확인하시고 매번 들었다 놓으셨던 것을... 갈비찜은 호주산으로 해도 괜찮다고 했을 때도 매번 한우 소갈비를 사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셨었다.


'그렇게 사보고 싶으셨어요?' 하고  물으며 깨달았다.  한우로 갈비탕을 끓여보는 것이 어머님의 로망이셨던 것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로망이지만, 혼자만을 위한 로망이 아니라 자식들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어서  가장 좋은 것을 먹이고 싶어서 임은 확실하다.


어머니 덕분에 참 잘해 먹고사는 것 같다. 시장 보는 게 삶의 재미이고 낙인 어머니의 단순한 삶이 어떨 때는 부럽기도 하다. 김치가 떨어질까 봐, 쌀이 떨어질까 봐, 식재료가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하시는 어머님을 보면서 그저 지금처럼 건강하게 매일같이 시장을 다니시며 즐겁게 사시면 좋겠다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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