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이 뭐냐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도 바로 답을 할 수가 없었고, 이 질문이 한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다 떠올랐다.
'혼자 호텔에 가서 글도 쓰고 음악 듣고 책도 보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로망이 내게도 있었다는 것을.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다 만족시키기에 호텔이 제격이다.
왜 그렇게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갈망할까?
얼마 전 후배가 들려준 한 어머니의 일화가 떠오른다.
오피스텔을 하나 빌려 혼자만의 공간을 꾸미셨다는... 가족들에게는 돈벌이를 핑계로 구하신 공간이지만,
주소도 알려주지 않고 지내시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겨 가족들에게 공개된 이 공간은 온전히 그분의 아지트로 꾸며져 있었다고 한다. 안마의자며, 냉장고에는 백화점에서 사 온 맛있는 것들을 채워놓고 혼자 즐기고 계셨다고... 친구분들을 불러 함께 즐기기는 했으나,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해온 공간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왜 그렇게 공감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가족들이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도, 알아서 눈치를 보게 되고 마음이 쓰이게 되고, 그런 느낌에서 벗어나 온전히 즐기고 싶어서가 아닐까?
아이를 불러 엄마 로망은 호텔에서 혼자 자보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이해해 줄 수 있냐고 물으니
조식 먹을 때만 불러주면 된단다. 조식도 혼자 여유 있게 먹고 싶은데... 이런 엄마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겠지 싶다.
너는 로망이 뭐야?
학원 아무것도 안 다니는 거요.
너는 13살 평생 제일 맛있었던 게 뭐야?
마라탕이요. 마라탕 먹고 싶어요.
아이는 묻는 즉시 답을 바로바로 한다.
엄마는 먹었던 과자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게 뭐예요?
너는?
엄마가 예전에 집에서 해준 팝콘 그게 맛있었는데.. 왜 안 해주세요?
아이는 또 이것저것 묻는다.
엄마는 웃는 게 좋아요? 우는 게 좋아요?
엄마는 좋다가 나쁜 게 좋아요? 나쁘다가 좋은 게 좋아요?
엄마는 돈 많은 친구가 좋아요, 가난한 친구가 좋아요?
엄마는 맑은 날이 좋아요? 안개 낀 날이 좋아요?
그런데 제가 이걸 왜 여쭤봤을까요?
어쩌면 그렇게 뜬금포 질문을 하고 대화를 하면서 좀 더 관심을 갖아주길 바래서였을 것도 같다. 답이 생각나지 않더라도 지어내기라도 해서 좀 더 진심으로 그 시간을 보낼껄 하며 미안해진다. 언젠가 나에게 그런 뜬금없는 질문조차도 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갈망이 조금은 줄어든다. 지금 아이와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 추억이 되고, 언젠가는 지금처럼 뜬금포 질문하고 답하기가 로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