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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Dec 31. 2020

당신은 날 설레게 만들어

내 눈물의 의미는?

아침 출근길부터 주책맞게 눈물이 났다. 인친님의 글을 읽으며, 인친님이 그 글을 쓸 때 들었다는 장범준의 신곡, ‘잠이 오질 않네요’를 듣던 중이었다. 지하철 내의 많은 사람들에게 들킬까 마스크에 숨어 한동안 훌쩍였다. 인친님은 노래를 듣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글을 썼다고 했다. 나는 왜 눈물이 났을까? 그 순간 딱히 누군가 떠올라서 눈물이 난 건 아니다. 날씨는 추워지고 한 해가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을까? 그냥 집과 회사를 오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나에 대한 연민이었을 수도 있겠다.


‘당신은 날 설레게 만들어 조용한 내 마음 자꾸만 춤추게 해~

얼마나 얼마나 날 떨리게 하는지 ~

당신이 이 밤을 항상 잠 못 들게 해~’

~심장이 춤을 추면서~ 어~’


노래 가사를 들으며 문득,

'나를 설레게 했던 순간이 언제였던가?' 질문을 던져본다.






인 요가를 처음 접한 날, 동작 하나하나를 할 때마다 깊은 고통이 느껴졌다. 한 자세를 3분 이상 유지하다 보면 고통이 더 깊어지면서 몸이 배배 꼬이고 숨은 더 쉬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호흡을 가다듬으며 호흡에 집중을 하다 보면 고통은 가라앉고 몸의 관절이 풀리면서 시원해진다. 그 개운함과 나른함은 다른 요가를 했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 이후, 역동적인 동작을 많이 하는 아쉬탕가 수업은 게으름도 피우기도 했지만 인 요가 수업은 빠지지 않고 갔다. 이사를 오게 되면서 요가원을 그만두게 되었고, 코로나로 요가원을 가기도 힘들게 되어서, 집에서 종종 '인 요가' 동영상을 보며 따라 하곤 했다. 그렇게 인 요가를 하고 나면, 늘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인 요가를 내게 처음 가르쳐준 '태승쌤'.  여자보다도 더 세심하고 자세한 설명에 눈을 감고 설명을 듣기만 해도 동작에 집중이 잘되고, 자세의 변화에 따라 자극이 달라짐을 느끼면서 내게 맞는 자세를 찾아갈 수 있었다. 조금 흐트러지는 기색이 있으면 바로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00 회원님 어깨 힘 빼세요!', '배에 힘주세요!' 하며 동작을 바로잡아 주던 쌤의 수업이 너무 좋았었다. 자그마한 체구의 젊은 남자 선생님의 인 요가에 대한 깊이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나도 '인 요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었다.  


지하철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린 그 바로 전날 밤, 혼자 인 요가 동영상을 따라한 후, 무심결에 인스타에 인 요가를 검색했더랬다. 검색 결과 제일 윗줄에 'yoga instructor'라는 프로필 소개와 원형 안의 조그만 사진을 보고 '찾았어, 찾았어!'를 외쳤다.  피드로 들어가 보니 쌤이었고, 세상에! 2000명이 넘는 팔로우를 보유한 인싸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기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쌤의 피드를 리그램 해 내 인스타에 발행해버렸다. 쌤은 나를 기억도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하며, 내가 열심히 하던 모습 기억한다며 댓글을 남겨왔다. 그 순간 왜 그렇게 설레었는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었다.


누군가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오랜만이었고, 연락이 닿았다고 그렇게 설레고 기쁘기도 오랜만이었다. 소통에 게으른 편이어서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는 내가 갑자기 왜 그렇게 적극적이 되었을까? 쌤을 마음에 품기라도 한 걸까? 하는 생각까지도 하게 될 정도였다.  


쌤이 정규수업을 하는 곳은 내가 다니기엔 너무 먼 거리였고, 원데이 수업이나 워크숍을 종종 한다고 했었던 터라 꼭 찾아가겠노라고 얘기해 두었었다. 블로그와 인스타도 팔로우해두었지만 그래도 하루빨리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에 검색을 하다 보니 원데이 수업 계획이 뜬 것을 발견했고, 제일 먼저 신청자가 되었다. 코로나 상황이 그때는 나아지길 간절히 바라며 수업만 기다리고 있는데, 그런 나를 보면서 내가 진짜 인 요가에 대한 갈망이 이렇게 컸던 것인지 나조차도 의아해졌다.


퇴근길에 쌤을 찾은 이야기를 친한 동료에게 하며, 수업도 신청했다고 알려주니, ‘그러다 자격증 따는 거 아니에요?’ 하고 동료가 툭 던진 말이 마음 한편에 깊게 박힌듯한 느낌이 든다. 자격증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빨리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서 쌤의 인 요가 수업과 함께 새해를 시작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그로 인한 내 안의 울림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당신은 날 설레게 만들어 조용한 내 마음 자꾸만 춤추게 해~

 얼마나 얼마나 날 떨리게 하는지 ~

 당신이 이 밤을 항상 잠 못 들게 해~

~심장이 춤을 추면서~'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처럼, 장범준의 노래가 어쩜 이리 와닿는지 모르겠다.



커버 사진: photograph by rp.p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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