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네스장 May 07. 2021

어버이날 준비

시어머니와 함께 삽니다.

어버이날이 코앞이다. 이번 어버이날은 특히 토요일이서, 집집마다 당일에 친정을 가느냐 시댁에 가느냐에 대한 결정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생기는 것 같다. 지난 주말에 미리 친정에 다녀왔다며, 당일에는 시댁이 우선이 되는 상황에 불공평함을 토로하는 지인도 있었다.

 

코로나로 온 가족이 다 모여서 어머님을 모시고 외식을 하지 못하는 통에, 둘째 아주버님은 미리 돈을 붙여오셨고, 큰 아주버님은 감감무소식이다. 잘 챙기시던 시누이마저도 못 온다고 하셨나 보다.


우리는 어쩌지....

친정에 못 간 지 너무 오래됐는데...

동생도 못 본 지 너무 오래됐는데...


남편도 지난 출장 이후 자가격리로 장인어른 생신에도 못 찾아뵜다며 이번에는 어머님께 양를 구하고자 했다.


'엄마, 이번에는 어버이날에는  처가에 좀 다녀올게.'

'너무 오래 못 찾아뵈었고, 장인어른 생신 때도 못 서...

우리는 일요일에 하자.' 하고 최대한 잘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라는 답은 듣지 못했다. 고개를 끄덕이신 척도 못 느꼈다.

  며칠 동안 어머니 눈치를 보 있었다.

왠지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것 같아 더 그랬다.


'아니 그래도 다들 너무하잖아.

따로따로 오셔서 모시고 식사라도 하실 수 있는 건데...

전화도 없고, 돈만 붙이면... 우리 보고 알아서 하라는 건가?'

'그러게 너무하지.. 그래서 엄마가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아'


당일에 친정에 가겠다는 계획에 결국 승낙을 받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을 떨쳐내기 힘들어서, 남편에게 하소연을 했다.




어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님표 감자탕 냄새가 나고, 식탁에는 이미 버너와 냄비가 올려져 있었다.

어머님은 모처럼만에 활기가 넘치셨다.

큰 아주버님네 세 식구가 다녀가신 것이다. 오랜만에 큰아들이 와서 감자탕을 해주셨다며, 너무 맛있다고 싹싹 긁어먹고 갔다며.... 손녀가 꽃화분도 사 오고, 아주버님이 봉투도 주고 가셨다며,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어머님이 좋아하셔서 기쁘고,

이런 반전 덕에 친정에 마음 편히 갈 수 있게 되어 한시름 덜었다.


어버이날은 이모님둘이 어디 갈까 하고 얘기를 나누셨다며, 이모님은 아들이 회 먹으러 가자고 해서 부가 나셨다고 한다.

남편과 나는 왜 회를 먹자고 한 게 부가 날 일인지 의아해하면서도, 소고기가 아니어서 그렇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모님의 일화를 빗 데어 어머님의 생각을 표현하시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이번에 돈이 좀 많이 들어오면 한우 갈비탕을 끓여보고 싶다고, 농협에 가니 한우 갈비를 모두들 잘 사가더라며 부러워하셨다.


우리가 용돈을 더 보태드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섰고, 이로써 어버이날 준비는 잘 마무리한 것 같았다. 미리 주문해둔 카네이션과 용돈을 드리고 섭섭지 않은 어버이날 보내게 해 드려야겠다.


이번 일을 옆에서 보면서, 부모님을 자주 못 뵜다면 다른 것보다도 찾아뵙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을 드리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좋지만 그저 찾아와서 해주시는 밥을 맛있게 먹고 가는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닐지... 매일 얼굴 보는 우리는 좀 달라야 하지만 말이다.




* 카네이션 사진은 이번에 주문한 @한  차이 님의 스토에서 가져왔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기병이라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