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코앞이다. 이번 어버이날은 특히 토요일이어서, 집집마다 당일에 친정을 가느냐 시댁에 가느냐에 대한 결정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생기는 것 같다. 지난 주말에 미리 친정에 다녀왔다며, 당일에는 시댁이 우선이 되는 상황에 불공평함을 토로하는 지인도 있었다.
코로나로 온 가족이 다 모여서 어머님을 모시고 외식을 하지 못하는 통에, 둘째 아주버님은 미리 돈을 붙여오셨고, 큰 아주버님은감감무소식이었다. 잘 챙기시던 시누이마저도 못 온다고 하셨나 보다.
우리는 어쩌지....
친정에 못 간 지 너무 오래됐는데...
동생도 못 본 지 너무 오래됐는데...
남편도 지난 출장 이후 자가격리로 장인어른 생신에도 못 찾아뵜다며 이번에는 어머님께 양해를 구하고자 했다.
'엄마, 이번에는 어버이날에는 처가에좀 다녀올게.'
'너무 오래 못 찾아뵈었고, 장인어른 생신 때도 못 가서...
우리는 일요일에 하자.' 하고 최대한 잘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라는 답은 듣지 못했다. 고개를 끄덕이신 기척도 못 느꼈다.
그후 며칠 동안 어머니 눈치를 보고 있었다.
왠지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것 같아 더 그랬다.
'아니 그래도 다들 너무하잖아.
따로따로 오셔서 모시고 식사라도 하실 수 있는 건데...
전화도 없고, 돈만 붙이면... 우리 보고 알아서 하라는 건가?'
'그러게 너무하지.. 그래서 엄마가 기분이 별로인것 같아'
당일에 친정에 가겠다는 계획에 결국 승낙을 받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을 떨쳐내기 힘들어서, 남편에게 하소연을 했다.
어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님표 감자탕 냄새가 나고, 식탁에는 이미 버너와 냄비가 올려져 있었다.
어머님은 모처럼만에활기가 넘치셨다.
큰 아주버님네 세 식구가 다녀가신 것이다. 오랜만에 큰아들이 와서 감자탕을 해주셨다며, 너무 맛있다고 싹싹 긁어먹고 갔다며.... 손녀가 꽃화분도 사 오고, 아주버님이 봉투도 주고 가셨다며,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어머님이 좋아하셔서 기쁘고,
이런 반전 덕에 친정에 마음 편히 갈 수 있게 되어 한시름 덜었다.
어버이날은 이모님과 둘이 어디 갈까 하고 얘기를 나누셨다며, 이모님은 아들이 회를 먹으러 가자고 해서 부애가 나셨다고 한다.
남편과 나는 왜 회를 먹자고 한 게 부애가 날 일인지 의아해하면서도, 소고기가 아니어서 그렇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모님의 일화를 빗 데어 어머님의 생각을 표현하시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이번에 돈이 좀 많이 들어오면 한우 갈비탕을 끓여보고 싶다고, 농협에 가니 한우 갈비를 모두들 잘 사가더라며 부러워하셨다.
우리가 용돈을 더 보태드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섰고, 이로써 어버이날 준비는 잘 마무리한 것 같았다. 미리 주문해둔 카네이션과 용돈을 드리고 섭섭지 않은 어버이날 보내게 해 드려야겠다.
이번 일을 옆에서 보면서, 부모님을 자주 못 뵜다면 다른 것보다도 찾아뵙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을 드리는 것이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돈도 좋지만 그저 찾아와서 해주시는 밥을 맛있게 먹고 가는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닐지... 매일 얼굴 보는 우리는 좀 달라야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