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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들

미주 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 판 여성의 창 칼럼



한없이 맑고 낙천적인 큰 아들은 성격이 나를 많이 닮았다.
욕심도 없고 느긋하고 세상 평화롭다.
친정 엄마가 가끔 우리 둘을 지켜보다 ‘쟤는 똑 너 닮았어’ 하실 만큼 비슷하다.
그런데 날 닮은 면들이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에게 못마땅해지는 부분들이라 자꾸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은  그런 성격으로 인해 내가 불편했던 경험이 살다 보니 많아져서 내 아이는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인듯하다.

머리로는 아이 스스로 경험하고 깨닫게 해야 한다 생각하는데 입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잔소리를 해댄다.
때때로 큰 아이는 반항도 하고 가끔은 내 말을 무시하는 듯 보여 잔소리의 양은 많아지고 어느 땐 언쟁도 하게 된다..
머리가 커진 아들 앞에서 엄마는 입이 점점 거칠어지고
말투가 세지며 목소리 톤도 올라간다.
사춘기부터 ‘뺀질거림’을 시작한 아들내미는 특유의 뻔뻔함으로 내 화를 더 돋운다.
엄마를 놀리는 방법을 확실히 아는 것 같다며 약이 올라 남편에게 아들 흉을 실컷 보고 다시는  잘해주지 않을 거란 다짐도 해댄다.

그러고 나서 장을 보러 가서는 ‘이건 큰애가 좋아하는 거’ ‘큰애가 잘 먹는 거’ 하며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남편은 “차라리 다투지나 말지. 더 이상 잘해주지 않을 거라 하면서 큰애 좋아하는걸 그렇게 사느냐”며 작은 소리로 ‘너희 둘은 애증의 관계다’ 한다.

어떤 때는 아이가 정말 밉다. 말 안 듣고 제 마음대로 할 때는 참 미워서 아이의 말에 대꾸도 안 해야지 하다가도 이 아이가 ‘엄마’ 하고 부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풀어진다.
내게는 ‘엄마’라는 호칭이 ‘magic word’ 인 것 같다.

며칠을 독하게 감기를 앓았다. 입맛을 잃어 식사도 못하고 있는데 큰 아이가 엄마가 좋아하는 포키를 사 왔다고 나를 식탁에 앉힌다.
자기 보는 앞에서 다 먹어야 한다며 비싼 거 제 용돈으로 사 왔다고 눈을 반달 모양으로 만들면서 웃는 모습에 그 미소가 너무 예뻐 나도 웃었다. 뽀뽀라도 하고 싶은데 이제 엄마가 뽀뽀하자 다가가면 멀리 도망쳐 버리니 그저 마주 앉아 그 웃음을 바라본다.
저 반달눈의 예쁜 웃음 때문에 힘든 일도 미운 것도 다 잊고 그냥 ‘에구 예쁜 놈’ 한다.
 
나도 저 아이처럼 우리 엄마를 참 힘들게 하며 자랐을 건데 우리 엄마도 내 웃는 모습에 그걸 다 잊으며 사셨을까.
엄마가 참아내신 그 긴 시간에 새삼 감사드리면서 엄마처럼 인내로 아이를 대하기로 마음먹는다. 늘 작심삼일인 것이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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