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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에 대한 단상

미주 한국일보 여성의 창 기고글 5.

토요일은 외출을 잘 안하는데 성당에서 함께 해설 봉사를 하고 있는 분이 토요일 아침 미사 봉사를 부탁하기에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토요일 아침, 미사 시간을 착각하고 딴짓을 하다 미사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제라도 생각이 나 다행이라며 정신없이 준비를 하고 집을 출발해 비 내리는 프리웨이를 운전해 가면서 제 시간에 성당에 도착할 수 있기를 바랐다. 다행히 기적처럼 신호등도 딱 맞게 켜지고 길도 뚫려 미사 준비 전에 겨우 성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프리웨이의 차들이 다 서행을 할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성당 가는 길에 이렇게 비가 내렸다면 미사도 늦을 뻔했구나 하며 내게 일어난 작은 기적에 감사했다. 그때 쏟아지던 비가 갑자기 그치고 영화처럼 햇살이 비추더니 물이 가득한 프리웨이를 달리는 앞 자동차들 바퀴에서 무지개들이 피어났다. 순간 놀이공원에서 보는 퍼레이드나 영화 메리 포핀스의 한 장면같아 나이 값도 못하고 혼자 좋아했다. 비 내리는 프리웨이에서 만난 또 하나의 기적이었다.

생각해보면 바닷물이 홍해처럼 갈라지거나 못 움직이던 사람이 일어나 걷는 그런 대단한 일들만이 기적이라 불리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굿모닝 인사를 할 수 있는것도, 그들과 저녁에 다시 모여 한 식탁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는 것도 다 하나의 작은 기적들이다. 학교 가는 아이의 하루를 축복해주고 출근하는 남편과 아내의 수고를 걱정해주는 것도, 그들을 위해 준비하는 도시락 하나도 다 기적의 작은 조각들이다. 멀리 있는 사람들의 안위를 생각해주고 다른 이들의 불행을 함께 아파해주는 그 마음들도 기적 안에 있는 일들일 것이다. 그 작은 조각들이 모여 기적 같은 하루가 되고 기적 같은 내 삶이 된다.

그런데 그 기적은 감사라는 촉매제가 있어야 눈에 보인다. 내 주위에 기적이 가득해도 그 촉매제가 없으면 보고 느낄 수가 없다. 감사하는 마음은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가진 것이 많아도 ‘감사’를 모른다면 불평 불만으로 가득한 삶을 살게 된다. 옆에 고맙고 아름다운 것을 가득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고 늘 불행해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반면에 힘든 상황 안에서 작은 것도 감사하며 큰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이도 봤다. 후자가 살아가는 삶이 물질적인 것과 상관없이 훨씬 풍족해보였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수 있다면 내 주위에 가득한 기적들을 지금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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