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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하늘 아래서.

흐르는 시간을 잡고 싶지만.



오늘의 창문 풍경.


원래는 작은 아이 SAT 시험 날인데
몇 달째 캔슬이 된다.
대학에선 SAT 점수를 보지는 않겠다 하지 시험을 보지 말란 얘기는 없으니 이리저리 다른 곳의 스케줄을 알아보는 중.

금요일에는 비행기를 타고 네바다로 아이 SAT 시험을 보러 가야 한다.
힘든 때 수험생 시기를 보내는 딱한 12학년들.
현명하고 건강하게 이 시간들 잘 보내기를.

열심히 노력하는 작은 아이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가을이 됐다고 바깥 날씨는 더운데도 여름과 달리 집 안은 시원하니 참 좋다.
바느질 책상에 앉아 있다 올려다본 9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하늘에 새털 모양 구름이 떠있는 무료한 주말.
문 닫고 각자 방에 들어 가 있는 두 아들이 있는 집은 템플 스테이를 해도 될 만큼 조용하다.
물론 방 문이 열리면 다시 시끌 시끌 해 지겠지만  

쿼런틴이 시작될 때 아이들과 종일 붙어있다가 많이 부딪치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서로 한 발씩  물러나는 법도 배우고 걱정도 해주며 작은 울타리 안에서 더 똘똘 뭉쳐진다.
갇힌 시간이 축복이 됐다.
전화위복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
아빠와 이 시기를 함께 했으면 참 좋았겠지만 아빠와 떨어져서도 저리 잘 지내주는 아들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대견은 아주 잠깐 잠깐, 고마움은 더 짧게 드는 생각) 우리 집 어느 창이나 잘 어울리는 조각보 모시발.
이 집에 이사 오자마자 만들었는데 그게 벌써 5년 전이다. 그리고 남편이 며칠 전에 작은 아이 어릴때 사진을 보내 줬다. 미국에 막 왔던 2014년쯤 되는것 같은데 한참을 조르던 레고 세트를 사주니 저리도 발걸음이 가벼웠었다.  저 아이가 이제는 엄마 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레고 따위는 쳐다 보지도 않는 세상 시크한 청년이 되어간다. 시간이 참 빠르다. 참 빠르게 지나간다. 잡아 멈출수 없는 시간들. 그러쥐어 내 옆에 머물러 있게 할수 없는 순간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하루 하루가 요즘 들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은 조각 하늘 아래에서 생각이 많아지는 토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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