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냉동 삼겹살

‘맛있는 녀석들’의 팬인 큰 아들이 방송에서 대패 삼겹살을 먹는 것을 보더니 한동안 대패 삼겹살 노래를 불러 댔었다.

어제 고기를 주문해 먹는 산호세 정육점에서 대패 삼겹살 사진이 보이는 카톡을 보냈다.
특별 세일이라며... 냉동 썬 삼겹살이라고... 돌돌 말려 얇게 썰려있는 삼겹살 사진을 보더니 아이가 ‘오오. 이거야!!’ 했다.
아들이 먹고 싶다면이야~~~ 하며
호기롭게 아들놈 앞에서 오더 버튼을 눌렀다.

최대한  쿨한 엄마처럼 보이려고 말이다.

오늘 딜리버리 온 삼겹살은 사진과는 많이 달랐다.
정말 썬 삼겹살을 냉동해서 보내줬다.
아들아이가 보더니 ‘이건 아닌데..‘ 한다.

냉동 ‘썬’ 삼겹살을 마당에 부르스타를 놓고 구워 먹었다.
공기가 좋아 고기 굽기 좋은 날이었다.
오랜만에 된장을 끓였는데 냉장고 안 재료가 별로 없어 감자와 두부만 넣었더니 내용이 간단해 좋다며 두 아이가 열심히 먹어댄다.
먹으면서 주섬 주섬... 기분이라도 낸다고... 맛있는 녀석들 냉동 삼겹살 편을 켜놓는다.

다음에 마트 가면 꼭 돌돌 말린 대패 삼겹살을 사다 줘야지.
생활이 단순 해지니 아이도 작은 일에 반응이 달라진다.

애나 어른이나 점점 ‘단세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오랜 시간 함께 있다 보니까 아이들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훌쩍 자라 있을 때가  있고  또 생각보다 아직 한참 어리구나 싶을 때가 있다.
삼겹살 사진을 보고 좋아하는 아이 얼굴에 애기 때 표정이 올라온다.
-귀여운 시끼-

물론 많이 컸다고 느낄 때가 더 많고 그래서 참 감사하다.


아침에 진도 3.5의 지진이 있었다.
집이 심하게 잠깐 흔들렸었다.
진앙지는 바로 옆 동네.
이틀 전에 이층에 있던 작은 아이가 갑자기 ‘엄마. 방금 집이 흔들린 것 같아. 내가 휘청 했었어’ 했다.
일층에 있던 나는 아무 느낌이 없었기에 ‘네가 요새 밥을 너무 안 먹어서 체력이 떨어져 어지러워 그래. 뭘 좀 먹어, 먹기 싫어도 좀 먹어’ 하며 아이를 구박했었는데 그때도..... 같은 곳에서 지진이 일어났던 것임을 뉴스로 확인했다.
-아들아... 쏴리, 그래도 밥 좀 더 먹자 -

산 안드레아스 지진대 위에 살고 있어 지진에 대한 잠재적인 공포가 있다.
몇 년에 한 번씩 겪는 지진이지만 큰 지진이 올 거라는 얘기들 때문에 이렇게 가슴 졸인다.

산불에 지진에...  가을의 시작이 순탄치는 않은데 이대로 별일 없이 이 가을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남편이 땡스 기빙 때 비행기 티켓팅을 했다는 기쁜 소식을 보내줬다.
이 가을과 새 겨울이 만날 때쯤 우리 가족도 잠깐이지만 함께 할 수 있다.
그래서 가을이 무사히 빨리 지나가 주면 참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조각하늘 아래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