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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들의 사춘기

2년전 미주 한국일보 여성의 창 기고글

아들들의 사춘기-

아들이 둘이면 그중에 하나는 딸 노릇을 하는 아이가 있는데 우리 집은 작은아이가 그렇다. 껌딱지처럼 딱 붙어서 애교도 부리고 딸같이 엄마를 챙겼다. 내가 아프면 약도 챙겨주고 이불도 덮어주고 혹 열이 날까 머리에 물수건도 올려주던 아이다. 먹을 게 있으면 엄마 드셨냐 물어봐주고 내가 낮에 누워 있으면 어디 아픈 건 아니냐고 속눈썹이 긴 눈을 깜빡이며 들여다봐줬다. 큰아이가 한참 사춘기일 때 자주 짜증을 내는 것을 보고는 형아가 사춘기라 저렇게 짜증을 내는 거냐 묻더니 자기는 그때가 돼도 절대 짜증 같은 건 내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던 아이다. 귀엽기도 하고 하는 행동이 강아지 같아 어릴 때부터, 그리고 키가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커진 지금까지도 작은아이를 강아지라 부른다.

그 강아지가 사춘기를 맞으면서 호랑이로 변했다. 사춘기가 와도 짜증 같은 건 내지 않을 거라던 아이는 작은 일에도 대단히 예민하다. 말 거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엄마가 눈치 없이 말을 시켰다가는 퉁명스러운 대답에 마음만 상하니 조심조심 살얼음판 걷듯 아이 곁을 맴돈다. 호르몬 때문에 생기는 감정 변화, 그건 아이 자신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큰아이가 사춘기 때 자기도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감정 조절이 마음대로 안되니 그냥 놔둬달라고 부탁했을 만큼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시기다.

큰아이의 사춘기를 이미 한번 겪은 엄마에게 작은아이의 사춘기는 재미있는 구경거리이다. 짜증 낸다고 으르렁 호랑이 흉내를 내는 것도 귀엽다. 한참 짜증을 내다가도 한 번씩 강아지처럼 기대며 볼을 비벼대고는 금세 자기 방에서 나가 달란다.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아들의 성장통. 아들 둘을 키워 보니 때에 맞게 잘 자라는 것도, 사춘기를 제 시기에 겪고 지나가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다. 아기가 걸으려면 2천 번을 넘어져야 잘 걸을 수 있다 하니 내 아이들은 새로운 걸음마를 위해 또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다.

큰아들의 사춘기는 작은아들의 위로를 받으며 보냈고 작은아들의 사춘기는 힘든 그 시기를 보내고 제법 철이 든 큰아들과 함께 맞는다. 큰아이는 엄마를 많이도 당황하게 했던 자신의 사춘기는 기억이 안 나는지 팔짱을 끼고 동생의 거친 모습을 혀를 차며 지켜본다. “너도 똑같았거든” 하는 말이 목까지 나오지만 꿀꺽 삼키며 속으로 너희 둘 다 엄마 갱년기 때 두고보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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