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열둘. 한 발짝

내딛기 어려운 당신께

by 선량한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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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하는 것은 아름답다.」


한 발짝 내딛는 것이 두려운 날이 있다.

인생에서 만나는 낯섦은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괜찮은 환경이길, 괜찮은 사람이길.

수없이 되뇌며 밝은 표정, 당당한 걸음걸이로

아무렇지 않은 척 스스로를 속여기도 한다.


이란 누구에게나 큰 불안 요인다.

때때로 매일 반복하던 일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니,

이것을 미리 파악에 대응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나를 반려로 선택한 주인의 집에서 어렵사리

한 발짝 내딛는 어린 강아지의 모습을 보며

10년 전, 첫 직장에서의 나를 떠올렸다.


두려움으로 가득한 표정과 어색한 화법,

늘지 않는 속도와 영문모를 모든 것.

그 안에서 한없이 작아졌던 내가 애처로워졌다.


생각해보면 첫 직장을 마주 대하는 낯섦과

새 사람을 맞이한다는 낯섦이 부딪쳐

기가 막힌 블랙코미디가 탄생했을 뿐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 낯섦이라는 것에 수없이

노출되며 낯섦이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게 되었다.


나의 낯섦과, 너의 낯섦과, 그들의 낯섦이 있다.

우리가 우리로 살아가는 모든 과정에 낯섦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도처에 널려있듯이.


나는 낯섦에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충분히 주저하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불안감이

높아져 공격성을 띄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상태로 연령이 더해지면 자신의 낯섦에

솔직해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우리가 살면서 가끔 접하는 못난 어른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주저해도 괜찮다.

낯섦에 주춤하는 것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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