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4일
[대화1]
「누나 잘 지내요?」
「아, 안녕하세요. 기재부문 강미리입니다.」
「누나, 저요. 저 유빈이.」
「아, 유빈님? 오랜만이네. 잘 지내시죠? 성함이 다른 분이라 몰랐어요」
「누나, 제발 그냥 말 놔요. 이제 인혜 누나도 나가고. 동기도 몇 없구만.」
「그래.」
「현장은 팀장 이름으로 메신저 돌려써요 그냥.」
「그렇겠구나.」
「저, 돌아갈 것 같아요.」
「그래? 여기로?」
「그건 잘 모르겠는데... 쏭과장님이라고 아세요?」
「...아. 응.」
「공사 시절에 같이 계셨었죠?」
「친하진 않아. 우리 부문장님이랑 상극이었지, 아마.」
「그렇구나...」
「복직하셨어?」
「네, 저도 몰랐는데 중부본부로 복직하셨더라고요. 발령 공문이 늦어지나봐요.」
「그럴 수가 있나?」
「뭐... 액세스니까.」
「ㅋ....」
「ㅋㅋㅋㅋㅋ」
「근데, 거기 송차장님 날아가요?」
「응?」
「...아, 아니. 소문이 있길래.」
「무슨 소문?」
「현장은 난리예요. 기재부문 공중분해된다던데?」
「?」
「부문장님들 다 직위해제 된다면서요.」
「??? 응?」
「아...」
「뭔데 무슨 소문인데 그래?」
「그 본부장 딸 강모씨요.」
「응」
「걔, 여기 현장에 있거든요.」
「응」
「근데 걔가 기재부문장이 꽂은 거래요.」
「아...」
「그래서 지금 부문장님은 직위해재가 백퍼라고... 근데 그게... 걔 들어올 때 면접위원이었던 사람들이 다 한통속이라 잘하면, 아니, 잘못하면...」
「...부문장급들이 전부 다 직위해제다?」
「...그쵸.」
「미치겠다. 아저씨들.」
「근데 왜 송수석님이 날아가?」
「아, 그건 별건인데 그 사람도 뭐가 있대요.」
「그래?」
「채용 비리로 별건이라는 거야, 아니면 아예 다른 건이 있는거야?」
「그건 모르겠는데 뭐 다 같은 물에서 놀던 놈들이니까...」
「...」
「누나?」
「유빈아, 너 메신저 기록 삭제 잘 해야된다.」
「아, 걱정마요. 여긴 공용이라 자동 삭제 설정요. 거기다 뭐... 이 메신저 내 이름도 아니고ㅋㅋ」
「... ... ...」
「누나, 뭘 자꾸 썼다가 지워요ㅋㅋ」
「아니. 그냥. 잘 지내고 있지?」
「ㅋㅋㅋ뭐야 갑자기 안부? 그렇죠, 뭐.」
「...」
「정과장님한테 안부 전해줘?」
「네?」
「티에프님 정과장님.」
「아, 아뇨 뭐. 과장님 잘 계시죠?」
「잘 계시겠니?」
「왜요?」
「거기가 제일 힘들지 않을까? 동기도 없는데 남은 놈 하나는 노조나 하고 앉았고.」
「... ... ...」
「유빈아, 뭘 자꾸 썼다가 지워?」
「ㅋㅋㅋㅋ」
-***님이 나가셨습니다.-
[대화2]
"어? 미리누나?"
"최담당님 잘 지내시죠?"
"누나아! 전화해줘서 고마워요. 근데 저 잘 못 지내요..."
"음, 그래 이게 유빈이지. 반갑다."
"누나아."
"유빈아, 혹시 거기 쏭과장님이라고 계시니?"
"아, 네 맞아요. 복직하셨대요."
"너 본사 돌아온다는 소문이 있던데, 맞아?"
"네? 진짜요?"
"그냥 뜬소문인 것 같기는 한데, 아저씨들 입소문이 무서운 거잖아."
"하아, 진짜 가고 싶다. 나 여기서 맨날 정신병자 만나요, 누나. 채용비리 터지고부터는 자꾸 특채 있는 거 안다고 자기도 뒷구멍으로 들어갈 거라고 웬 미친놈이 출근만 하면 계속 나 따라다녀요. 운도 오질라게 없어. 사람들이 쳐다봐서 욕도 못해요. 정신병자는 나만 따라다녀."
"아이고... 고생하네."
"누나, 그 소문 신빙성 있는 거예요? 저 진짜 미치겠거든요."
"미안... 괜한 말을 했네."
"...아뇨, 뭐. ...소문이라도 그렇게 나고 있으면 ...다행이죠."
'타닥타닥타닥.'
"누나?"
"어, 어 미안 갑자기 책임님이 뭘 확인해달라셔서."
"아, 거긴 여전히 바쁘구나."
"잠깐만, 책임이면 뭐지? 대리? 과장?"
"영업에 이대리님 기억해?"
"아, 네네. 전략처로 가셨죠?"
"음, 지금 정민 책임님 책상 쓰셔. 기재부문 과장급."
"...와아. ...와아."
"왜?"
"...그냥. 진짜 안 어울린다 싶어서."
"그치. 크크큿..."
"그나저나 기재부문이라는 단어 너무 어색하다."
"그렇겠다."
"그 사람 일은 좀 해요? 짬처리 장난 아니라던데. 단이 관두는 거 알죠?"
"아, 그건 몰랐네."
"단이 삼전 가요."
"사기업?"
"공기업 와보니 안 맞더래요. 누구 때매 마음고생도 했고."
"이해되네..."
"누나도 고생이 많겠네요."
"인혜씨도 그렇고, 능력자들은 다 떠나는구나."
"369라더니 진짜 6개월 근처에 슬슬 다 나가네. ...누나도 가요. 보내드릴게요."
"난 할 일이 있어."
"누나, 일 좀 그만해요..."
"아니, 사적으로."
"크크큭."
"크, 미치겠다."
"누님의 복수를 응원합니다. 기왕이면 여기 중부본부 꼰대들도 좀 어떻게 좀 해줘봐요."
"난 한 놈만 패."
"크으, 누나도 개그를 치는구나."
"너무 옛날 개그라 미안하다."
"고마워요."
"뭐가?"
"...소문이라도 알려줘서 고마워요. 누나 보고싶다 정말. 나도 사무실에서 누나 보고싶다."
"...아냐. 내가 뜬소문이나 전하고... 오히려 미안하지."
"나도 이직할 수 있으려나."
"...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이 나오나보다?"
"아, 미안요. 누나도 힘든데..."
"거긴 메신저 안되지?"
"있긴 한데, 우리들은 못쓰고요. 꼰대들이 지들만 돌려 쓰더라고요."
"...그렇구나. 알았어. 그럼 카톡 해야겠네. 소식 들리면 카톡 할게."
"네, 저도 카톡이 편해요. 여기 메신저는 공용이라 너무 훤히 다 들여다 보여서."
"음... 그렇...구나."
'타닥타닥'
"누나 계속 바쁘네."
"응? 아, 메신저로 누가 뭘 자꾸 물어봐서."
"본사는 그게 문제야. 여긴 메신저 스트레스는 없는데."
"그러게. 음, 그러게."
"아, 누나, 나 가봐야 되겠다. 또 웬 아저씨가 쩌어기서 손가락 까딱거리면서 짜증내고 있다. 미치겠다, 하..."
"응, 가봐 고생해."
"네. 그럼 또 연락할게요."
2020년 3월 4일 수요일 맑음
<기재부문 강주임> ...
...뭐지?
<중부본부 ***> ...
아이씨, 내가 하지 말자니까.
<중부본부 최담당> 본사로?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연줄도 없고 능력도 없고. 현장 와보니 얽히고설키고 다 가족에 친척에 후배에... 모두 연줄로 살고 있어. 공정은 개나 주라지. 2020년에 다들 어떻게 이런 식으로 기어 들어온거지? 이 와중에 시험 봐서 들어온 우리가 용해. 그 마저도 시험봐서 들어온 사람들 다 이직하고 있고... 고여서 썩는다는 게 이런 건가? 하, 미리 누나는 좋겠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 곳에 자기 자리 잡고 버티는 거 그 누나 하나 같은데. 그거 진짜 쉬운 거 아닌데... 이제 기재부문에 내가 아는 사람도 몇 없으니 돌아가도 또 맨땅에 헤딩이나 하면서 개처럼 굴러먹겠지. 오히려 준우 선배 옆에 있는 게 나을지도 몰라. 이직을 할래도 자신이 없다. 나 진짜 왜 이러니. 나 진짜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