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우리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 희한하다.
그렇게 사랑했고 둘만 있으면 영원할 것처럼 행복했는데
어느 순간 저 사람만 없으면 살 것 같다며 넋두리를 한다.
늘 행복을 느끼고 살 수는 없지만,
반복되는 냉정 사이로
쌓여가는 나쁜 감정은
나도 모르는 사이
틈을 만들고 미움이라는 씨앗을 틔운다.
가랑비에 옷 젖고
이어 떨어지는 물 한 방울로도
바위가 깨지는 법.
그때그때 꼼꼼히 매우지 못한
틈 사이
어느새 크고 견고한 고목이 자라나
사랑은 갈가리 찢기고 흩어 날아간다.
싸울수록 단단해질 거라 했는데,
나는 부서지고 있다.
골다공처럼
구멍이 하나둘 뚫리다가
어느 날부터는
툭 툭.
끊어진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다 그러고 산다'
이런 명제가 어느 정도는 진실이라고 간과하고 살았다.
어떤 전쟁도 화해하고 휴전하면
이런 글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마주 보며 웃음이 터지면 그만이라고
그 간단한 결과를 얻기까지
며칠이고 몇 달이고 입도 마음도 열지 않는 그.
이 정도면 도를 닦으러 산으로 들어가지 왜.
어째 매번 똑같을까.
어리석은 인간.
화났을 때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존중했다.
꼭 그렇다 하기엔
침묵을 핑계로 평소 못하던 취미를 마음껏 즐기고
한 술 더 떠서 사고 싶은 것까지 지르는 대범함을 보이니
그 주장은 핑계 거나
나를 괴롭히는 복수 거나.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괴로운 나는
물고문 같은 이 시간을
수많은 자책과
혼자만의 자아성찰로 채웠다.
내 마음이 변해간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나?
사과받는 승리의 쾌감을 즐기나?
감정 힘겨루기를 좋아하는 변태?
아니면 멀어지기를 원하는 걸까?
수많은 질문을 던지다
이제는 차라리 헤어지고 싶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자기 신념
부정적인 경험의 결말은 이별이다.
번번이 먼저 내민 손이 민망하게
'그래' 짧은 답으로 사과를 넙죽 받기만 하는 그는
언제나 '사과는 잘못한 사람이 하는 거야.' 한다.
내민 손은 화해의 의미이지,
더 잘못해서 먼저 내민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가 없다.
그 순간만 지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물 베기 싸움.
아이들을 위해 참자 넘기자 하는 나를 통해
더욱 자기 방법이 맞다고 학습하고 있었을 것이다.
15년의 결혼 생활.
지금 내 안에는
완전히 용서하지 못하는 미움,
앙금이 쌓이고
그렇게 조금씩 그가 싫어져있다.
결국 캐나다까지 와서
어김없이
그럴 줄은 알았지만......
하지만,
이제 침묵이 편하고
서로를 외면하는 것에 능숙한 지금
살아있지만 죽어가는 중이듯,
함께 하고는 있지만 헤어지는 중이다.
한 달 꼬박 지속되는 님의 침묵.
막연하던 것이
희미하기만 하던 그날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너와 작별하는 날.
한국에서 '만약에 우리'로 리메이크되었다기에 원작영화 <먼 훗날 우리>를 봤다.
블록버스터 아바타의 강력한 기세를 뚫고 박스오피스 1위라니 아이러니하다.
도파민 중독시대라 불릴 만큼
미치도록 재밌거나 잔인하거나 비참하거나
하는 스토리에 열광한다.
모든 감정의 극한을 느껴야 만족하는
감정 열광의 시대이다.
미움도 그냥 밉다 말고,
극혐이다라고 해야
진심이구나 한다.
모든 시대에 클래식처럼 우리에게 있던
이 로맨스 영화가 왜 인기일까?
수많은 자극 콘텐츠에 매몰된
우리의 뇌와 마음에 쉼표를 찍었다.
잔잔하고 평범한
지금 우리의 삶이거나
눈물로 지새웠던 추억이거나
지극히 현실적인 두 청년의 삶에
인생과 감정 모두 몰입된다.
벗어나려 발버둥 쳐봐도 안 되는
가난.
지지리 궁색을 떨지라도
꿈을 향해 버티는
청년의 삶.
그 시절 진심을 다해 사랑했던
하지만 함께 하지 못했던
말하지 못한
그런 사랑이
누구나 한 명쯤 있다.
상황 그리고 환경을 탓하며
헤어진 우리.
사람 마음은 신기한 것이다.
갑작스럽다고 느끼지만
이별은 이미 시작되었던 것.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던 성냥갑 같은 그들의 아지트.
마주 앉아 과거를 회상하는 그 좁은 호텔방.
여전히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
네가 떠나지 않았다면 하고 묻는 말에
여주인공이 네가 성공하지 못했을 거야라고 답한다.
내가 널 따라갔다면
네가 날 기다려줬다면
우리가 다시 만났다면
다 네가 원하는 대로 되었을 거야.
'이언이 캘리를 잃어버리면 세상은 무채색이 되지.'
성공을 했고
가정을 꾸렸는데도
영화 내내 그의 현실이 흑백이라는 것이
그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게임 속에서 이언이 캘리를 찾는 순간
'이언은 영원히 캘리를 사랑한대.' 하며 흑백이 컬러가 된다.
어쩌면 잃어버렸기 때문에 영원히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영화 주인공들처럼
먼 훗날
네가 침묵하지 않았다면
내가 떠나지 않았다면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날을 그려보는 중이다.
참 예쁘고 먹먹해지는 영화 한 편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