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인 모습은 원래 그래, 유기농이잖아
스위스 사람들은 과일을 씻어 먹지 않아요. 왜냐하면 거의 모든 과일이 유기농이라 깨끗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알프스 산맥을 품은 스위스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연이 준 선물을 누리며 살아가요. 울창한 숲 속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일은 그저 일상이죠. 어릴 적부터 산속에서 뛰어놀며 자연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취미 생활 중 하나가 등산이에요.
등산을 할 때 꼭 챙겨가는 간식은 초콜릿과 과일이에요. 특히 하이킹은 기본적으로 4시간 이상하기 때문에 챙겨 온 간식이 부족해질 수도 있어요. 그런 경우 자연에서 먹거리를 찾으면 돼요. 스위스에서는 어디를 가든 체리나무가 있거든요. 여름에 길을 가다가 체리나무를 만나면 체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요. 숲 속을 걷다 보면 자연산 블루베리, 라즈베리, 레드커런트 등 다양한 열매를 발견할 수 있고요. 그러면 그 자리에서 열매를 따서 바로 먹으면 돼요. 저는 주로 자연에서 과일만 얻어먹었지만 현지인들은 꽃을 따서 차를 만들거나 허브를 캐서 샐러드로 먹기도 해요. 숲 속에서 자란 풀이나 열매는 모두 유기농이라 건강에 더 좋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에서 직접 먹거리를 얻기도 하다 보니 스위스 사람들은 과일의 생김새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유기농 과일과 채소는 원래 못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든요. 실제로 현지 농산물을 판매하는 마켓에 가보면 못난이 과일이 많아요. 특히 사과나 배와 같은 과육이 단단한 과일은 껍질에 흠집이 많아요. 그 이유는 우리나라처럼 사과를 하나씩 따지 않고 나무를 털어서 수확하기 때문이에요. 사과에 흠집이 생겨도 상관없는 거죠. 왜냐하면 소비자들이 과일의 생김새보다는 영양성분에 집중하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과농장에서는 사과를 예쁘게 만들기 위해 반사필름까지 동원해요. 나무 밑에 반사필름을 깔아 햇빛을 반사시켜 사과가 더 빨갛게 변하도록 하는 거죠. 이러한 작업을 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예쁘게 생긴 과일을 선호하기 때문이에요. 예쁜 과일을 얻기 위해 추가적인 작업을 한번 더 하는 거죠. 이런 작업들로 인해 농장에서는 쓰레기가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유기농과는 점점 더 멀어지게 돼요. 만약 우리가 보다 건강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길 원한다면 생김새에 집착하는 습관을 버려야 해요. 실제로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건 영양성분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