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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소정 Oct 14. 2023

퇴비장 냄새가 뭐가 그리 중요해

동물 복지가 우선이지

집 앞 퇴비장에서 나는 냄새보다 중요한 것은 토끼를 좁은 공간에 가둬 키우는지예요.


제가 스위스 농장에서 홈스테이를 했던 합 집은 현관 앞에 퇴비장이 있었어요. 그로 인해 집 안에서 환기를 시킬 수도 없었고 언제나 파리가 들끓었죠. 이 농장이 있는 마을은 신기하게도 집 앞에 퇴비장이 있는 집들이 곳곳에 있었어요. 좁은 도로 사이로 집들이 모여있는 거주지역이었는데 말이죠. 호스트 가족에게 퇴비장이 왜 현관에 있는지 물어보니 딱히 이유가 있지는 않았어요. 호스트 가족도 냄새 때문에 살기 불편하지만 예전부터 그 자리에서 사용해 왔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뿐이래요.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동네 사람들이 악취로 인한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홈스테이를 했던 집 바로 앞에 사는 아저씨가 민원을 자주 넣는 편인데, 신고한 내용은 토끼가 좁은 우리에 갇혀 사는 거 같다는 얘기뿐이래요. 그래서 토끼가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독관이 나왔더라고요. 집 주변에서 나는 악취보다 동물복지가 우선인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가축을 키우는 농장 중에서는 돼지 농장이 다른 농장보다 악취로 인한 민원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요. 돼지 배설물은 비교적 암모니아 함량이 높아서 강한 냄새가 나기도 하거든요. 동시에 돼지는 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키워야 해서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농장 주변에서는 냄새가 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스위스에서는 돼지 농장 바로 옆에 민가가 있어도 민원을 넣는 사람들이 없다고 해요. 제가 방문한 2곳의 돼지 농장주들은 악취로 인한 민원으로 고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스위스 돼지농장도 마찬가지로 돼지들을 시설 내에서 키우지만 돼지들이 햇빛을 받고 살아갈 수 있게 키워요. 어떤 농장은 시설의 반 정도만 환기시키며 운영하는 곳도 있었고, 반면 완전히 개방하여 돼지를 키우는 농장도 있었어요. 신기하게도 완전히 개방해서 돼지를 키우는 농장에서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애매하게 개방된 농장에서 분뇨 냄새가 났어요. 그렇지만 동물을 키우는 어떤 농장에서도 악취로 인한 민원을 받아보지 못했대요.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기에 동네 사람들도 다 이해해서 괜찮대요.

소 농장에서 민원이 접수되는 경우는 들판에 있는 소의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경우예요. 사람들이 지나다니다가 동물들을 보고 밥을 제대로 주지 않는 거 같다며 신고하는 경우는 이따금씩 있다고 해요. 가축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랑은 완전히 달라요. 스위스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동물들이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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