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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소정 Feb 02. 2024

산속을 뛰어다니는 사람들

캠핑보다 즐거운 숲 속 운동장

시끌벅적하다고 마음이 가득 차지 않듯이
조용하다고 해서 즐거움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즐거움과 휴식을 찾으러 자연을 찾아 떠나요. 예를 들어, 숲 속으로 캠핑을 떠나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기도 하고요. 선선한 여름밤에는 바닷가에 앉아서 파도가 치는 소리를 들으며 넋을 놓고 있기도 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주말이나 휴가를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보내요. 여름에는 계곡과 바다로 수영을 하러 떠나고, 겨울에는 스키를 타러 산으로 가기도 하죠. 봄에는 꽃놀이, 가을에는 단풍을 보러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해요.


이렇게 사람들은 자연에 둘러싸여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일들을 즐겨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골에 살면 심심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시골은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곳들이 부족해서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도시에서 잠시 일상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연으로 놀러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참 모순적이지 않나요?


스위스에서 Dick family와 함께한 여름휴가에서 Orienteering이라는 달리기 스포츠 대회에 참가했던 적이 있어요. Orienteering은 유격 훈련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Orienteerng은 지도와 나침반을 사용해 험한 지형을 빠르게 통과하는 스포츠로 군사훈련에서 시작됐거든요. 지금은 유럽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로 숲이나 산꼭대기에서 지도에 표시된 지역을 나침반을 이용하여 최단 거리로 이동하며 시간을 기록하는 게임이에요. Orienteering은 생소한 스포츠였지만 직접 경험해 보고 그 매력에 퐁당 빠져버렸어요.


처음에는 지도를 읽을 줄도 모르고 나침반을 사용할 줄도 몰라서 15살 여자 아이인 Amelie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어요. Amelie는 시작과 동시에 나침반을 이용해 방향을 찾고 숲 속을 헤집으며 뛰기 시작했어요. 최대한 빠르게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길을 따라다니지 않고 숲을 가로지르며 길을 만들어 나갔어요. 심지어 Amelie는 물소리를 찾아들으며 위치를 파악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뛰어다니다가 잡초에 숨겨있던 축축한 땅에 발이 푹푹 빠지기도 했고요. 쓰러진 나무 사이로 기어가기도 하고. 경사가 가파른 바위를 타고 올라가기도 해야 했어요. 그렇게 Amelie와 함께 정비되지 않은 산속에서 풀 숲을 헤치며 날다람쥐처럼 뛰어다녔어요. 지도에 표시된 곳에 기록을 남기며 결승점을 향해 달려갔죠.


이 스포츠의 매력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을 타개하며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것이더라고요. 한 번은 지도와 나침반을 보는 방법을 배운 뒤, Amelie가 길을 찾는 방법으로 혼자 Orienteering에 도전해 본 적이 있어요. 제 목표는 완주였죠. 무사히 결승점에 도착하기만 하면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방향을 헤매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때 베운 등고선 지식을 활용해 지형도를 보고 완만한 지대를 찾아 언덕을 올라갔는데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는 거예요. 저는 분명 맞는 방향으로 왔는데 근처에 아무리 찾아도 기록을 측정할 장비가 보이질 않더라고요. 근처에 물이나 길 같이 명확히 구분되는 지형이 있으면 길을 찾을 수 있는데, 산속 한가운데서 나침반으로만 길을 찾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다행히도 주변에 저와 똑같이 헤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과 함께 기록 측정기를 찾아냈고, 그때부터 우리는 한 팀이 되었어요.


처음부터 같이 다니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같은 코스라 계속 마주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중간 지점에서 저는 빠른 길로 가보려고 산을 넘어가려고 했는데 뒤에서 사람들이 저에게 'Hey, come here!! This way is esay road.'라고 소리치더라고요. 그래서 프랑스에서 온 60대 여성, 스위스 할머니, 캐나다 출신의 여성과 함께 완주했어요. 중간중간 방향을 찾기 위해 갈림길에서 함께 토론도 하고요. 모두가 길을 잃었을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자연에서 마주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들을 처음 본 낯선 사람들과 함께 극복하며 결승점까지 무사히 도착했어요. 기록은 거의 꼴찌에 가까웠지만 바지에 구멍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산속을 헤집고 다녔던 경험은 잊지 못할 정도로 짜릿했어요.


우리나라 시골에도 도시에서 상상하기 힘든 즐거움들이 많이 있어요. 예를 들어, 시골의 산속에서 Orienteering과 같은 스포츠를 즐길 수 있거든요. 봄이 되면 길도 없는 야산으로 올라가 개두릅을 따거나 고사리를 캐기도 해요. 농사를 짓기 전에는 밭에서 자라는 냉이와 달래를 캐기도 하고요. 여름에는 동네 사람만이 아는 계곡 명당으로 가서 열을 식히고 오고, 저녁에는 강가에 자리를 잡고 큰 돌을 주워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해요. 가을에는 수확의 계절이라 지천에 먹거리가 깔려 있어요. 특히 저는 밤을 좋아해서 매년 가을마다 친구네 집 뒷 산으로 밤을 주으러 가요. 차를 타고 다니면서 시시각각 노랗게 물들어 가는 산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겨울에 눈이 많이 올 때는 설경을 바라보면서 비탈길에서 박스나 비료 포대를 깔고 썰매를 탈 수도 있고요.


이렇게 계절마다 산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활동들은 도시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문화생활이에요. 매년 변화하는 날씨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게임 속 미션처럼 뜬금없이 등장하기도 해요. 종종 도시에서 정립된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사람 사이에서 종종 발생하기도  하고요. 하루하루 예상하지 못한 미션들을 수행하느냐 심심할 틈이 없어요. 그래서 백화점, 쇼핑센터, 놀이공원 등 없이도 즐겁게 살 수 있어요. 시골에도 나름의 문화생활이 다양하게 존재하거든요. 오히려 서울에 살 때보다 더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도시에서 꽃꽂이나 목공예를 배우기 위해 돈을 내고 공방을 찾아가야 한다면, 시골에서는 자연이 주는 재료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요. 집 근처에 피는 들꽃으로 꽃꽂이를 하면 되고요. 나무 선반을 만들고 싶다면 허가를 받고 산속에서 나무를 베는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얻어 오면 돼요. 그리고 유튜브를 보며 마당에서 따라 만들기만 하면 되죠.


도시에서 바라보는 시골은 생각보다 적적하지 않고 재미도 있어요. 그러니까 자연에 둘러 쌓인 채 살아가는 삶도 살만하다고 생각해요. 도시에서는 자연으로 떠나 일상을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갖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주말이나 휴가 때 잠깐 자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자연 속에 머물며 살아보는 거죠. 시골에서 끊임없이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며 도시보다 여유 있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거든요.




시골에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며 헛헛한 마음을 달랠 수 있어요. 자연과 가까이 살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거든요. 자세한 방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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