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아람 May 24. 2024

글이 막히더라도,

계속해보겠습니다

사실, 요즘 고민이 많았다. 글이 전혀 안 써졌다. 몇 주 전에 대망의 브런치 연재를 하겠다고 글을 몇 개 미리 써두고 고쳐두었었다. 약 6개 정도였다. 그런데 비축분이 매일 하나씩 올라가는데 그 이후로는 당최 글이 써지질 않았다. 이것저것 쓰다 만 것들은 많은데 완성된 글 한 편이 안 나왔다. 글을 어떻게든 짜내보려고 여러 가지 해본 일은 많다. 산책도 해보고 소재 찾아 사람들도 만나보고 책도 읽어보고 계속 글도 꾸준히 썼다. 그런데 하나의 주제를 가진 통일되고 완결된 글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본 결과 아마 사람들에게 내 글을 보인다는 부담이 커서일 것 같았다. 나는 원래 간이 엄청 작다. 대범하지 못하고, 아주아주 소심하다. 예를 들어 내 글에 받는 좋아요가 하나하나 올라갈 때마다 나는 와아, 하면서 기뻐한다. 몇 백개씩 받는 분들은 아마 대범하셔서(?) 좋아요 하나하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실 것 같은데, 직접 그런 분을 만나본 적은 없어서 이것도 추측일 뿐이긴 하다. 어쨌든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모든 분들께 너무너무 감사하다. 이름도 외우고 있어요.... 그러나 부담 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어찌 됐든 빨리 더 좋은 글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여러 가지 글을 써보긴 했는데, 쓰는 글이란 글은 죄다 반토막이 났다. 어떤 이유로든 더 이을 수가 없었다. 아니면 갑자기 삼천포로 빠져서 도저히 올릴 완성도가 아니었다. 정신 차리려고 어제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김연아의 7분 드라마>라는 책을 샀다. 왜 그 책이냐면, 이유는 별 거 아니고, 그 유명한 연아퀸의 멘탈 관리법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리고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몇 가지 부분을 소개해보겠다.     




운동선수뿐 아니라 누구나 그렇겠지만, 한 걸음 나아가는 것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 ‘최고’와 ‘완벽’에의 도전. 하지만 늘 성공률 100%를 유지할 수는 없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니까. 나도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늘 완벽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완벽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한 번 더 도전해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 -34p     


훈련을 하다 보면 그날따라 안 되는 점프가 꼭 있다. 러츠든 플립이든 아무리 죽어라 연습해도 도무지 성공시킬 수가 없어 ‘뚜껑’이 열릴 정도로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브라이언이 다가와 이렇게 말해준다.

“바로 이런 날들이 앞으로 네가 이겨내야 할 것들이야. 지금 그 과정을 겪고 있는 거야.” -89p     




그렇게 아름다운 연기를 펼쳤던 최고의 선수 김연아조차 이토록 컨디션 난조에 번민하는데, 나 같이 작은 사람이 어떻게 맘만 먹으면 글을 딱딱 뽑아낼 수 있겠는가? 그건 애초에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계속 고군분투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이 어떤 이유로 도저히 안 써지다가, 그것이 해결되면 또 다른 심리적 장애물이 생기고, 그래도 꾸역꾸역 해결책을 찾아나가다 보면,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환한 빛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 내가 왜 요새 글을 잘 못 쓰는지 자세히 생각해 보니, 나는 나의 모습을 실제보다 더 좋게 포장해서 보이고 싶었던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더 잘 보이려고 해도 소용없다. 글은 글 쓰는 사람의 본질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하나의 글에서 거짓말을 통해 나 자신을 좋게 포장했다고 하자. 그러나 수많은 글을 쓰면서 그 거짓말을 계속 기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나도 모르게 진실이 나오게 된다. 어차피 안 될 시도이니 기왕 나를 더 좋게 포장하고 싶으면 더 솔직하고 진실하게 쓰자, 그게 에세이에서는 거의 유일한 덕목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내가 글 안에서 살아있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 외부로 나가면 그때부터 내 것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오롯이 내 것이다. 나는 이 노트북 모니터 안에서, 한글 프로그램의 A4 2~3p 안에서, 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최대한으로 놀아야 한다. 즐거워야 한다. 글 한 편에 완전히 몰입해야 한다. 그런데 요새는 좀 그렇지 않았었다. 다시 한번, 재미있게 글쓰기에 몰두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서가 깜박이는 모니터가 나의 유일한 청자이자 독자였던 옛날처럼 말이다.      


한편, 글쓰기도 인간관계와 마찬가지 원리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사실 나는 요새 인간관계에서 많은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지난 십 년간, 친밀한 사람이 없어서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로서는 고생을 많이 했다. 그때는 누군가와 아무리 친해지려고 노력해도, 무시를 당하거나 거부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정신적으로 온전히 서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서서히 완전한 나 자신이 되어 타인의 반응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자, 나의 기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주었다. 글쓰기도 같은 원리인 것 같다. 좋아요 수에 의존하지는 않지만, 독자들을 의식하며 널리 공감받을 만한 재밌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게 핵심인 것 같다.      


내 글을 찾아주시고, 또 좋아요로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실망시켜 드리지 말자, 그런 다짐을 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혹여나 부담은 갖지 말아주세요. 어쨌든 저는 앞으로도 열심히 써나가야겠습니다. 그럼, 계속해보겠습니다.  


참, 주말엔 쉽니다 ㅎㅎ


-2024.5.23


작가의 이전글 잘생김을 연기하는 진실한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