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사 May 12. 2021

사극 속 세자의 곤룡포에 관한 고찰

사학도는 왜 발톱 수에 집착하는가

<구르미 그린 달빛> 효명세자(박보검 扮), 순조(김승수 扮)

답호, 철릭, 도포, 단령… 사극에 등장하는 수많은 남자 한복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한복이 있다. 바로 왕의 상징인 곤룡포이다. 최근 답호나 철릭이 현대식으로 재해석되어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곤룡포의 인기는 언제나 건재하다. (아이돌 가수 팬사인회에서 쓰일 정도.)


궁중을 배경으로 하는 사극에서는 특히 곤룡포를 자주 볼 수 있다. 아마 사극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한복은 여성의 궁중당의, 그리고 남성의 곤룡포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 곤룡포에 담겨진 의미를 보면, 이후 사극을 볼 때 왕과 세자의 모습보다 그들의 옷에 더 눈길이 가게 될 것이다. 왕과 세자를 구분하는 곤룡포의 기준은 단지 (조선 후기 기준)흑색과 홍색이라는 색상의 차이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예전에 내 사조용의(四爪龍衣)를 입었었는데, 뒤에 듣자니 중국에서는 친왕이 오조용(五爪龍)을 입는다기에 나도 또한 입고 천사(天使)를 대접했는데, 그 뒤에 황제가 오조용복(五爪龍服)을 하사하셨다. 지금 세자로 하여금 사조용(四爪龍)을 입게 하면 내게도 혐의로울 것이 없고 중국의 법제에도 잘못됨이 없겠다." (세종실록 125권, 세종 31년 9월 2일 기묘 1번째기사)

왕세자의 용포에 관해서는 조선 초기 세종실록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 왕은 오조룡을 새긴 용포를 입으니 세자는 사조룡을 새기면 될 것이라 한 것이다. 이 기록을 보아 세종 31년(1449)부터 왕은 오조룡보, 세자는 사조룡보를 입은 것을 알 수 있다.


익선관(翼善冠)은 전하의 관과 같다.
곤룡포(袞龍袍)는 흑단(黑緞, 검은색 비단)으로 만든다. 여름에는 흑사(黑紗, 검은색의 명주실로 바탕을 조금 거칠게 짠 비단)를 쓴다. 제도는 전하의 곤룡포와 같은데, 곤룡포의 앞뒤에 금으로 된 사조원룡보(四爪圓龍補)를 붙인다. 곤룡포 좌우 어깨도 같다.
(출처: 국조속오례의보(國朝續五禮儀補)』 『국조속오례의보서례(國朝續五禮儀補序例)』 권2 가례(嘉禮) 왕세자의 서연복제도(書筵服制度))

이는 영조 대(1751년) 완성된 국조속오례의보 가례 편에도 설명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이는 사극에서 잘 지켜진 경우를 찾기 드물다. 웬만하면 오조룡보를 공통적으로 쓰기 때문이다. 난 사극도 드라마 촬영 생태계도 전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추측하기에는 아마 정말 고증 오류(=실수)가 아니면 재활용하기 위한 편의상 오조룡보로 곤룡포가 통일된 것이 아닌가 싶다.


세자의 곤룡포에 오조룡보를 쓴 경우. <사도>의 사도세자(유아인 扮), <구르미 그린 달빛>의 효명세자(박보검 扮)
세자의 곤룡포에 사조룡보를 쓴 경우. <왕의 얼굴> 광해군(서인국 扮), <해를 품은 달> 이훤(여진구 扮)

드라마 <대장금>

사실 이 발톱 수의 차이라는 것이, 이렇게 자세히 보지 않으면 확인하기 힘들다. 만일 발톱 수가 다섯 개가 된다고 해도 그 작중의 고증이 드라마 <대장금>에 나온 가스버너마냥 옥의 티로 남아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것도 아니다.


이렇게 가끔 미묘한, 말하기엔 쪼잔해 보이고 가만 보고있기에는 신경쓰이는 고증오류를 볼 때면 어떻게 해야할 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처음에 이 발톱 수를 알게 된 때부터는 굉장히 신경쓰이고 열도 내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사극에 있어서 연구의 영역과 창작/향유의 영역을 완전히 구분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 이것에 관한 입장을 완전히 정리하지는 못해 이곳에 다 담지 못해 다소 아쉬운 것도 있다. 사실 나는 아직 첩지가 마카롱과 동그랑땡 사이 어딘가에서 퓨전인지 짬뽕인지를 보고 있자면 은은한 불편함이 솟지만... 이 포스팅에서 다룬 발톱 수 정도는 알고 있으면 사극을 조금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조선시대에서 왕을 상징하는 용의 역할은 의복뿐만이 아니라 경복궁 근정전 등 다양한 문화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곤룡포에서 용의 변화와 의미는 반천년 역사에서만큼 많은 일화가 있어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다룰 수 있는 소재이리라 생각된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포스팅에서는 흉배의 동물이라든지, 곤룡포의 색이라든지 더 다양하게 다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이 브런치의 여백이 부족하여 생략한다...이건 드립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자산어보>, 보기 전 알면 좋을 지식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