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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May 12. 2020

2. 엄마와 책

머리맡의 책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2. 엄마와 책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20년간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계신 엄마. 그 덕에 어릴 적 내 책상에는 언제나 그 시절 베스트셀러들이 놓여 있었다. 아들이 보든 보지 않든 엄마는 책을 올려두셨고 대출 기간이 끝나면 읽는 중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책을 가져가셨다.


그 당시에는 엄마의 행동이 매정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고 감사한 일이다. 그 시절 내 방의 책들은  방치되었다 돌아간 것이 더 많았고 독서에 재미를 붙인 것도 훨씬 더 나중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침대 머리맡의 책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엄마 덕분이다. 책장 사이를 거닐 때의 기쁨과 새로운 책을 접할 때의 즐거움도 엄마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책을 기증하거나 기증받을 일로 엄마 차 뒷좌석은 종종 쌓인 책들로 묵직했다. 나는 그것이 주는 무게가 좋았다. 차를 타고 가다 흐르는 라디오에서 읽었던 책이 소개된 적 있다. 아는 책이라고 엄마에게 얼마나 으스댔던지 그날의 기억이 또렷하다. 이제야 돌아보건대 이렇게 두려움보다 기대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마 책과 함께해온 엄마를 만났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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